남원성은 왜 복원되지 않는가?
남원성이 복원되고 조·명 연합군 사열식과 전투장면을
재현하면 많은 중국, 일본 관광객이 남원을 찾을 것이다.
노 상 준 (남원학연구소 소장)
▣ 정유재란 남원성 전투의 패인과 무기
사색당쟁과 문약에 빠진 조선은 국방에 대해 소월하여 임진왜란의 빌미를 주었다. 일본은 16세기부터 화약제조법을 습득, 간편하고 명중률이 높은 무기를 개발하여 조선 침약의 꿈을 키웠다. 임진·정유재란을 당하여 조선군의 패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특히 남원성 전투의 패인은 무엇일까?
◦ 병력의 수적차이도 있었지만 군대의 질적인 문제가 있었고
◦ 개인 병기의 우열이 대단히 컸고
◦ 양원이 이끈 명나라 원병이 기병이 많았던 점
◦ 진주성 싸움에서 전사한 장병 중 대부분은 호남에서 출전한 병사가 많았고
◦ 조선시대 정예화된 군대가 적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선시대 군대생활은 어떠하였으며 어떤 무기로 싸웠을까? 먼저 알아보아야할 상황이다.
조선시대 군대생활은 요즈음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경국대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1. 복무기간이 길었다. 원칙적으로 16~60세까지의 양인 남자는 군역의 의무를 담당해야 했다. 1년에 2개월 또는 6개월 정도 기간근무하고 교체하는 형식이었다.
2. 조선시대는 일반군인에게는 월급을 주지 않았다.
3. 조선시대의 군인은 종종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나 복장은 스스로 마련해야했다.
4. 조선시대 군대는 대체로 신분에 따라 다양하게 편성 되었다. 양반의 군대로 볼 수 있는 갑사, 별시위, 내금위, 충의위, 충찬위, 충순위, 도성위, 호익위 등이 있고, 일반양인은 정병, 천인은 잡색군이나 속오군 등에 편성되기도 하고 양인과 천인을 함께 속오군에 편성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군대는 신분에 따라 편성되기 때문에 차별화된 대우가 존재하였다. 임진왜란 때 지방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창설된 속오군은 실제훈련을 받고 전투에 참여하는 부대였으나 천인이 주축을 이룬 까닭에 대우가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후 속오군에 편성된 천인도 신분변화 기회가 되었다.
5. 조선시대후기에는 군역을 하는 사람에게도 세금을 거두어 국가재정을 확보하여 가혹한 수취는 군정의 폐단을 초래 일반백성의 몰락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으며 양반의 군대생활은 관료 진출하는 특전이 있었으나 일반양인과 천인의 군대생활은 감당하기 힘든 생활이었으며 ‘복무기간’이 긴 점, 하급군사에게 ‘월급’이 제공되지 않은 점, 종종 군인 스스로 ‘무기’나 ‘복장’을 마련함으로써 군인의 ‘경제적’ 부담이 심했던 점, 신분에 따라 군대편성이나 처우가 달랐던 점, 군역 세를 내는 군역 담당자가 존재했던 점 등으로 조선시대의 군인들은 군역에서 면제되는 것과는 별도로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병역을 기피하려 하였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 싸움에서 순절한 군·관·민 일만 여명의 넋을 모신 묘역이 만인의총이다. 의마총(義馬塚)은 조·명 연합군과 함께 전사한 군마(軍馬)의 무덤이다. 남원성이 함락된 후 순절자의 시신을 한데모와 남원성북문안(동충동 420 419-1, 218-4)에 묻고 만인의총이라 불렀으며 전사한 군마는 만인의총 인근(동충동 390-7도, 390-8답)에 묻고 의마총이라 불렀다.
일제치하에서 만인의총은 주변에 철도를 부설 훼손시켰고 도시발전에 따라 향교동 왕산 아래로 이장하였으나 의마총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실전되었고 마총길이란 길명만 전해온다. 마총길은 동충동 388-1번지에서 동충동 415-4번지까지의 길이다. 남원성 전투에 참전한 명나라 원병은 요동의 기병이 많았다. 남원학연구소에서는 마총유지를 찾아 표석을 세웠다.
정유재란 남원성 싸움에서 사용되었던 무기는 어떤 것이 였을까 특별한 기록은 없으나 조선군, 명나라 원군, 일본군의 무기가 무엇이었던가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명 연합군의 무기는 무거운 중화기가 많았고, 일본군은 가볍고 유효사거리 긴 개인화기 조총이 많았다. 조선시대 무기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거리에 따라 장병기(長兵器)와 단병기(短兵器)로 사용 용도에 따라 공격무기와 방어무기로 나눌 수 있다.
• 장병기란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 할 수 있는 무기로서 활과 화살, 각종 화포 등을 말하고
• 단병기는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싸울 때 필요한 무기로서 칼, 창이 대표적이다. 우리민족은 활을 중시하여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하는 장병전술(長兵戰術)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리고 창, 칼에 의한 백병전을 중시하는 단병전술(短兵戰術)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에 비해 일본민족은 칼을 중시하는 근접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단병술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 최무선이 화약제조법을 습득한 후 “화통도감”이란 관청을 통해 각종 화포와 발사물(대장군포, 이장군포, 삼장군포, 육화석포, 신포, 화포, 총통, 철령전등)이 제작되었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화약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화통군”이 편성되어 태종 말에는 그 수가 1만명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화약 성능으로는 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화포를 크게 만들 수밖에 없어 이동과 운반하는데 극히 불편하였고 화약 소비량도 많았다. 그 때문에 변방의 중요지점에만 설치하여 사용하였다.
임진왜란은 조선의 화약무기 발달에 많은 영양을 미쳐 다양한 화약무기가 제작되었지만 주로 대형화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개인화기는 큰 발전이 없었다. 역사기록을 보면 남원에서도 승자총통을 주조하였던 것 같다. 1597년 2월에 도원수 권율의 명에 의하여 남원판관 이덕희가 상총통 일천 자루를 대구에 납부하였다는 기록이 조경남 난중잡록에 있고 진주박물관에 南原이란 명문이 있는 승자총통이(1592년 3월 주조 76.7㎝) 유물로 보관되고 있다. 초기 전투의 패전은 개인화기의 우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볍고, 명중률이 높은 개인화기를 먼저 개발한 일본에 고전을 면치 못한 것 같다. 조선군이 육상전투에서 패한 것은 조선에 화약무기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고 개인화기 열세에 있었다. 일본은 16세기 중엽 화약제조법을 습득한 후 1543년 포르투갈에 의해 전래된 신식화승총인 총통(일명, 종자총)을 만들었다. 조선과 명나라가 가지고 있던 개인용 총통과는 차원이 다른 무기였다.
최초에 사용한 우리의 개인화기는 손으로 불씨를 가지고 심지에 불을 붙여 점화 시키는 지화식 점화 법이였으나 일본은 화승식 점법을 개발 S자로 구부러진 금속제 도구에 화승을 끼워 방아쇠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고 총신이 길어(139㎝, 구경13㎜) 최대 사거리 500m, 유효사거리 100m에 달하였고 작은 새도 마칠 수 있다하여 조총이라 하였다. 임진왜란 초기 충주싸움에서 신립장군이 조통에 패하였고, 남원성전투에서도 남원성 요소에 대포를 설치하였으나 기동성이 없고 유효사거리가 조총보다 적어 적에게 미치지 못한 흠이 있었고, 조총에 의한 연속밀집사격 전술에 패인이 있었다고 한다.
임진 정유왜란 때 명나라원병이 사용한 화기는 조취총, 삼안총 불량기포, 대장군포, 호준포, 백자통총 등이 있었으며 조선군은 활, 창, 칼.
- 천자총통(길이131㎝, 구경130㎜, 무게296㎏, 1555년 제작) / 지자총통(길이 89.5㎝, 구경 105㎜, 무게 73㎏, 1557년 제작) / 현자총통(길이 75.8㎝, 구경 65㎜) / 황자총통(길이 50.4㎝, 구경 40㎜) / 신제총통(길이 20.6㎝, 구경 15㎜, 무게 350㎏) / 삼총통(길이 31.2㎝, 구경 19㎜, 무게 1,100㎏) / 승자총통에는 길이 76.37㎝부터 54㎝까지 여러 종이 있고 비격진천뢰, 중완구, 화차 등으로 무장하였으나 이동과 운반, 조작이 불편한 중무기였든 관계로 근접전투인 해전에서는 큰 위력이 있었으나 육전에서는 사거리가 멀고 가벼운 조총 앞에 손을 든 것 같다.
지금 만인의총 기념관에는 전투에 사용되었던 병기하나 없는 빈약한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어 남원문화원 남원학연구소, 접반사 정기원, 동래정씨 문중, 전라병사 이복남 후손들이 임란전투에 사용되었던 병기를 진품은 고사하고 모조품이라도 구입하여 만인의총 기념관을 조선시대 고무기 박물관으로 만들고자 갈망하고 있으나 정부지원은 요원하기만 하다.
일차적으로 복제 고무기류를 구입하고자 하였다.
구포, 비격진천뢰, 삼연자포, 조총, 쇠스랑, 지자총통, 창, 천자총통, 황자총통, 수노기, 기타 명나라 무기류와 군복, 조선군의 군복류, 일본의 군복류, 군기 등을 구입하려 하였으나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 승자총통, 비격진천뢰 등 몇 점을 구입하는데 끝이였다. 지금 남원시는 남원성을 일부라도 복원하려고 1989년부터 4회에 걸쳐 성벽 복원사업을 시도 하였으나 수십 년이 지나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남원성이 일부라도(220m구간) 복원되면 조·명 연합군 사열식과 전투장면 재현 등 많은 볼거리가 제공되어 남원관광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되나 남원성 복원은 요원하고 당시 사용되었던 무기류와 군장비의 구입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원성 싸움에서 패인은 병력면에 있어 큰 차이가 있었고 개인화기 열세였다. 아군은 조선군 1천여 명과 양원이 이끈 명나라 원군 3천여 명과 수를 알 수 없는 민간인 수천이 해자와 양마장을 만들고 사대문에 중화기를 설치하였으나 왜군은 사거리와 명중률이 높은 가벼운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 5만6천명과 대적하는 싸움이었고, 진주성싸움에서 출전한 많은 호남의 장졸이 전사한 후였기 때문에 남원성 싸움에서는 정예화된 병력이 부족하였으며 양원이 이끈 명나라 원군은 요동의 기병이 많았기 때문에 접근 전에 실패의 원인 있었다고 본다.
우리선조들은 수많은 외침에서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 조국강토를 지켜주었고 우리고장에서도 고려 말 운봉 황산싸움에서 왜구를 크게 이겨 황산대첩을 거두었고 정유재란 남원성 싸움에서 남원성을 지키려다 군·관·민 일만 여명이 순절하여 만인의총에 모셔져 있다. 오늘에 이르러 우리는 조상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받들고 그 정신을 이어가며 뿌리를 찾아 가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룹 05 > 사설·칼럼 8 페이지
12-10-22 13:55: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