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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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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헐렁한 청바지가 명품 - 입어야 명품이지 (미국여행기 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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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0-14 18:1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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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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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입어야 명품이지
- 잡스의 헐렁한 청바지가 명품 -(미국여행기16)
미국은 우리가 말하는 외제품의 본산이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다 명품만 걸치고 다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뉴욕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어도 그들에게서 명품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필시 내가 무엇이 명품인지 알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은 명품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기야 피부가 하얗고 키들이 다 훤칠하기 때문에 티셔츠나 메리야스 어느 것을 걸치건, 청바지나 무엇을 입어도 다 잘 어울렸다.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오래된 부자는 검소하고 벼락부자는 화려한 치장을 한다는 말도 있다. 미국에서도 흑인들이 자기의 위치와 어울리지 않게 캐딜락을 많이 타고 다닌다고 한다. 거기서도 캐딜락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나 타는 차로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캐나다의 지인은 회사의 이사급 부장으로 높은 급료를 받지만 상사가 캐딜락을 타기 때문에 그 차를 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열등감이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이면 사족을 못 쓴다는데 이러한 현상도 그러한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이 명품의 구실을 못하는 것 같다.
지하철 에서 세 명의 여자가 똑같은 명품 핸드백을 들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명품이 귀해야 명품이지 누구나 다 들고 다니면 그것이 대중품이지 어찌 명품이겠는가?
한 독일인 친구의 말도 재미 있다. 이태리나 프랑스 같은 관광지에서도 자기는 쉽게 한국 사람들을 구별한다는 것이다. 저 사람 ‘한국 사람이다’라고 말하면 틀림없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캐쥬얼을 입고 다니는 관광지에서, 공식석상에서나 입을 법한 정장 차림에 고급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10 중 9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직 우리가 외국나들이 옷차림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품이야기가 나오니 우스웠던 내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약 40년 전에 내가 처음으로 미국과 캐나다에 갔었고, 그 뒤 공무로 1년에 한두 번은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을 방문 할 때였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외국나들이를 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명품에 관계없이 외국의 물건이 귀한 때였다. 그러니 한 번씩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여기 저기 선물을 해야 했었다. 빠진 사람이 있다 보니 내 개인용품으로 사온 스킨이나 로션도 다 주었다. 그때 나는 10여 년 동안 매고 다니던 허름한 가죽벨트를 오랜만에 좀 좋은 것으로 바꾸었는데 선물이 부족하다보니 그것도 선물로 주어버렸다. 그런데 언젠가 주위 여인들이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외국을 자주 다녀도 새 벨트 하나 안 매고 다 닳은 혁대만 차고 다니니 필시 그 벨트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사실 외모에는 관심 없이 그렇게 살아왔다.
세계각국의 명품들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명품할인 북새통’이란 인터넷 기사도 읽었다. 우리는 과시적 소비의 과잉에 살고 있는 듯 하다. 바닥이 작은 것이 원인일까?. 최근 LA타임스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젊은 사업가들이 스포츠카나 요트, 호화주택 구입 등 사치에는 인색하지만 기부금을 내놓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기부가 명품이냐 아니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의 부사장인 ‘애린 패쳐’(30)는 그의 회사 ‘민트닷컴’을 1억 7천만 달러(1,796억 원)에 매각하고 실리콘 밸리 내 ‘팰거 엘토’에서 18평 크기의 방 한 개짜리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여 살고 있다. 27세의 나이로세계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로 유명한 ‘더스틴 모스코비치’도 샌프란시스코에서 8억 4천만 원짜리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신의 회사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든 자선단체에는 기부금을 아끼지 않고 내며 하버드대 동창이자 친구인 ‘페이스 북’ 의 창업자 ‘저커버그’처럼 생전에 자신의 부를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말 중에서“ 나는 상상도 못할 큰돈을 벌었다. 이런 보상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대목은 명품중의 명품이다. 저커버그’도 최근에 700만 달러짜리 집을 구입하기 전까지 월세를 살았으며, 뉴저지 뉴어크지역의 공립학교에 1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실리콘 밸리에서의 성공의 척도는 어떤 기업을 창업했는지에 대한 것이지 그들이 무엇을 샀는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포츠카나 요트도 명품이 있다. ‘프랑스의 ’에르메스‘가 디자인한 세계적인 명품 요트 가격은 1,700억 원 수준이다. 실리콘 밸리의 젊은 부호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의 명품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치는 하지 않는다. 존 웨인이 타던 요트, 와일드 구스 호가 최근에 미국문화재가 되었다. 명품이 탔기 때문에 그 요트가 명품을 넘어 문화재 까지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일, 백건우가 연습했던 배제학당의 피아노가 문화재청에 의하여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명품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명품이 된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억만장자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2 발표회 때 청바지와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청바지 값이 많아야 2-3십 만원에 불과 하겠지만 그가 그것을 경매에 내놓는다면 몰라도 2-3천만 원은 받을 것이다. 이제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유물인 청바지 값은 4-5천만원은 호가 할 것이다. 물론 이 사람이니까 찬사를 받았지 보통사람 같으면 무슨 노숙자 취급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명품이 입어야 명품이 되는 것이지 명품을 입었다고 명품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우리 모두가 우선 명품부터 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 이 글을 읽은 어느 여인에게서 온 메일이다.
“얼마 전에 계 하는 언니들과 제주도에 갔다가 공항 면세점엘 들렀어요. 다들 샤넬화장품이나 가방을 하나씩 샀는데 저도 지갑이 낡아서 하나 살까하고 물어봤더니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할인해서 22만원이라고 하더군요. 22만원이나 주고 살려니 돈도 아깝고 샤넬이란 메이커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닌다고 돈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세상이 하도 험해서 비싼 지갑을 들고 다니면 못된 사람들이 돈 좀 있는 줄 알고 해꼬지를 할까봐 겁도 나서 못 사고 그냥 왔지요. ㅎㅎ. 사람이 명품이어야 한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냥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여인의 생각도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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