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바다6. 한산섬-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남원언론문화재단 감사 서호련
호남 국가지보장(湖南 國家之保障)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호남은 국가의 보루이며 장벽이니 호남이 없이 어찌 나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1593년 7월 16일, 장군이 한산섬에서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이런 까닭에 어제 한산도에 나아가 진을 쳐 바닷길을 막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난리 중에도 옛 정의를 잊지 않고 멀리서 위문편지를 보내시고 아울러 각종 물품도 받게 되니 진중의 귀물이 아닌게 없어 깊이 감격하여 마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어느날에야 더러운 적을 소탕하여 없애고 예전의 종유(從遊)하던 회포를 실컷 풀수 있겠습니까. 편지를 대하니 슬픈 마음이 간절 할 뿐입니다. 호남은 구국항쟁의 산실이요 본거지입니다. 왜군의 침략으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호남인들은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바쳐 싸웠습니다. 해전에 참가한 수군의 병력, 함선, 군량미 등 90%를 전라도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전라도는 국가존립의 기반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어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바쳐 싸웠습니다. <호남 국가지보장湖南國家之保障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호남은 국가의 보루요 장벽입니다. 호남이 없으면 어찌 나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광주지방세무사회원들의 수련회가 있어 통영엘 왔다. 말로만 듣던 한산섬이 지척에 있는 곳이다. 통영시는 한 때 충무시라고도 불리었다. 충무는 충무김밥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통영시라고 바뀌었다. 그러니 어떤 때는 충무와 통영이 헷갈릴 때가 있다. 통영에 도착하여 세병관(洗兵館)이라는 곳에 들려서야 통영이 왜 통영 인 것을 알게 되었다. 세병관은 이경준(李慶濬) 제 6대 통제사가 두릉포에서 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긴 이듬해인 조선 선조 37년(1604)에 완공한 통제영의 중심건물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통제영이란 경상. 전라. 충청도 3도의 수군을 총 지휘했던, 지금 같으면 해군의 전략사령부란 뜻이고 세병관은 3도수군의 총 지휘소 였던 것이다. 통영은 이 통제영의 준말이다. 한산섬은 바로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0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통영에는 유. 무인도를 합하여 526개의 섬이 있다. 수많은 섬들이 멀리 가까이에 포진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도 다도해요, 천혜의 수군요새 지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넘실거리는 검푸른 파도의 물결에서 장군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곳 한산섬에서 여수까지를 한.려 국립해상공원이라고 부른다.
바다에서 본 한산도는 생각보다는 훨씬 큰 섬이었다. 배에서 내려 언덕바지로 한참 올랐더니 제승당이란 현판이 마주 보였다. 우측을 보니 바닷가 절벽에 단아한 수루가 자리잡고 있었다. 수루에 오르니 장군의 모습은 볼 수 없고 어디선가 시조 한수가 들리는 듯 하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안으로 들어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푸른 파도만이 눈앞에 넘실대고 있었다. 이곳이 성난 화염을 뿜은 거북선을 선봉으로 학익진 전법으로 왜선 73척과 왜군 9천명을 무찌른 이순신의 불멸의 바다가 아닌가.
한상대첩은 매우 불리하였던 전쟁의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해전으로, 육지에서는 행주산성대첩, 진주성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해군역사상 최고의 승전으로 일컬어 대첩이다.
이곳 제승당( 사적113호)은 한려수도 관광 1번지 한산도의 중심이다. 1592년 전라좌수사(본영은 여수)의 직책을 맡은 충무공이 전략적인 수군진영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1593년 7월 이곳 한산도로 수군진영을 옮겨 삼도수군을 지휘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통제영이 한산도 제승당 자리이다.
‘제승’이란 손무병법의 수인지이제류 水因地而制流 병인적이제승 兵因敵而制勝 . “물이 지형의 생긴 원인에 의해 제어가 되듯이 군대 또한 적의 상항에 따라 승리의 방법을 통제하여 변화 시켜야 한다”에서 연유된 이름이라한다.
장군은 왜왕인 도요토미 히데요시(1536~1598)가 죽어 왜군이 철수하려 하자, 11월 18일 적군을 완전히 섬멸하기 위해 노량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장군은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드렸다. “오늘은 기어코 죽기를 맹세합니다. 천지신명님께서는 꼭 이 적을 섬멸토록 힘을 주소서!” 그러나 장군은 이 싸움에서 적탄을 맞고 쓰러졌다. 장군은 곁에 있는 맏아들과 조카를 시켜 방패로 자신의 몸을 가리게 하고는 비장하게 말했다. “지금은 전투가 한창이니 내가 죽었다는 것을 절대 말하지 마라!”
장군은 54세 11월 19일 새벽,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고 조카 이완은 전투를 계속 지휘하여 200여 척의 적선과 만여 명의 적들을 바다에 수장시켰다. 이른바 노량대첩 사천해전에서 충무공이 전사한 후 장군의 유해는 고금도(진)으로 시신을 옮겨 월송대 라 불리는 곳에 80여 일 동안 시신을 안치했다가 다음해 2월에 아산 금성산 아래로 옮겨 장사지냈다. 장군이 안치된 월송대에는 공의 한이 서린곳이라 이제껏 풀이 나지 않고 자라지도 않는다한다.
조정에서는 우의정에 증직하였고 6년 뒤에 일등공신으로 봉하고 좌의정을 증직했다. 인조 때에 이르러 충무공의 시호를 내리고 정조 때 다시 영의정에 증직하였다.
그룹 05 > 사설·칼럼 5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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