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요천의 어제와 오늘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요천은 남원의 젖줄이며 식수원이다.
요천(蓼川)이란 이름은 강변에 여뀌 꽃이 많이 자생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요천을 답사하여 보면 여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대체로 금수정 아래에서 용투산까지와 닭뫼다리 아래쪽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요천 도시구간 정비사업 이후에 강변에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주변을 살펴보니 실버들과 들국화, 달맞이꽃이 더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예부터 요천 변에는 느티나무, 팽나무로 동림숲이 조성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춘향전에 나오는 동림의 마지막 노거수(팽나무) 한주만 살아서 동림을 지키고 있다.
지금 동림은 벚나무와 철쭉 일색이요, 옛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한여름 동림숲은 매미 소리가 요란하였다. 노거수에 올라가 매미 잡고, 팽을 따서 딱총 쏘고, 여뀌 잎 찧어서 고기 잡고, 바위틈에 낚싯대 드리워 뱀장어 잡던 요천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용바위, 백필현 널벙바위, 칠성혈이 있는 눈소바위(자라바위), 각시바위, 사발바위, 징쏘와 질바위, 말바위는 어린 시절 동무들과 즐겨 놀던 곳이다. 지금은 하천정비사업으로 폭파되었거나 묻혀버렸으나 용바위와 사발바위, 말바위만은 예전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냇물이 불어나면 징쏘에서 눈소바위까지 장장 2㎞가까운 거리를 파도를 타고 헤엄쳐 내려오며 물놀이를 했었다. 그때 하동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조선시대 문장가요 시인이며, 집현전 직제학과 중추원 부사를 역임하신 강희맹(姜希孟 : 1424~1483)은 요천의 아름다운 풍치를 풍영(風詠)한 시를 남겼다. 시에 담긴 요천의 정서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감명을 준다.
一帶長川接古津 일대장천접고진 : 한줄기 긴 시내가 오래된 나루에 접했으니
風搖鴨綠細生鱗 풍요압록세생린 : 바람이 푸른 오리를 흔들어 고기 비늘같은 물결이
이루었네
孤舟隱映蓼花岸 고주은영요화안 : 외로운 배가 여뀌꽃 언덕에 숨었다 비쳤다 하니
畵裡分明著個人 화리분명저개인 : 그림 속에 분명히 사람이 있는 것 같도다
요천은 도시구간 하상 정리사업을 하면서 댐을 만들고 주변에 산책길, 아름다운 음악화장실, 덕음산 솔바람길도 조성하여 시민이 즐겁게 산책하는 명소를 만들었으나 큰 바위와 쏘를 굽이쳐 흐르는 물결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조화 있게 가꾸며 살아가야할 남원, 우리의 책무는 너무도 막중하기만 하다.
시민은 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남원시는 노마(老馬)의 지혜도 소중이 여길 줄 알았으면 한다. 시민생활에 가장 중요한 상수도는 남원시내권 주민이 사용한 수돗물은 요천의 월락취수장에서 1일 15,000톤을 취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시외권인 대강면, 산동면, 산내면을 제외한 전 지역은 장수 동화댐 물을 사용하고 있다. 2012년에는 물 값으로 11억5천7백만원을 지불하였다. 요천은 수량이 적어지고 오염되어가고 있어 걱정이다.
요천에 그렇게 많던 은어와 참게, 뱀장어는 어디로 살아졌을까?
섬진강과 요천의 오염 그리고 근시안적인 하천정비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은어와 참게, 뱀장어는 바다와 하천을 왕래하며 서식하는 소하성(溯河性) 생물로써 치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담수에서 성장한 후 산란을 위하여 강하하는 종류로, 고기가 오고가는 수로가 좋아야 잘 서식할 수 있다. 요천은 청정천으로 BOD가 상류 약 1PPM, 중류 1.5~2PPM, 하류 2.5PPMv정도의 깨끗한 하천임에도 1~2급수에서 사는 버들치, 꺾지, 동자개가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섬진강과 요천의 오염에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소하어’(은어, 참게, 뱀장어 등)가 잘 서식할 수 있도록 ‘어도’, ‘어제’, ‘어소’를 잘 만들어 주지 못해서이다.
‘어도’는 물고기가 하천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장애가 있는 경우 쉽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설을 말하고, ‘어제’는 하천에 폭포나 보 등이 있어 물고기가 거슬러 오를 수 없는 곳에 사면이나 계단을 만들어서 물고기가 위아래로 통행할 수 있게 만든 장치이며, ‘어소’는 물고기가 살기 좋은 집을 말한다. 어도와 어제, 어소는 설계기준이 없어 형식적으로만 시공하여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
요천을 청정수로 보존하려면 요천 주변 의 오수관로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고 바다, 호수, 하천 경계로부터 유하거리 500m 이내의 지역에 소재한 접객업소, 숙박업소, 가축분뇨방출업소는 오수합병 정화조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으나 철저한 시행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원시에서 설치한 오수합병 정화조는 마을 단위로 이백, 덕동, 와운, 금지, 고기리, 대상리 등 주로 하천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으나 개인이 설치한 곳은 없다. 관리 상태는 양호한지 걱정이다.
남원 8경에 비정낙안(飛亭落雁), 금암어화(錦岩魚火)가 있다. 요천의 은어, 참게 등 고기가 많아 먹이를 찾아 날아든 기러기, 백로, 오리가 장관을 이루어 비정낙안이라 하였고 금수정 아래에서 밤에 횃불을 들고 참게를 잡는 광경을 금암어화라고 불렀다.
예전처럼 소금배는 드나들지 못해도, 기러기가 날아들고 참게와 은어가 노니는 그런 요천을 꿈꿔본다. 조상들처럼 겨울이면 결빙된 어름을 떠다 승월대와 용투산 아래에 있는 빙고(氷庫)에 보관하였다가 여름에 사용하고, 여름철이면 하동들이 안심하고 물장구 치며 미역을 감을 수 있는 청정 요천이 되었으면 한다.
그룹 05 > 사설·칼럼 54 페이지
13-08-21 16:3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