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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04 11:50:20
큰 바위 얼굴과 인디안의 영웅, 크레이지 호스
한 국 세 무 사 회 (광주)
국제협력위원장 서호련
미국 북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남부 플로리다까지는 5,000km의 여정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가 600km이니 차를 가지고 몇 날 며칠을 달려야할 거리다. 미국이 하도 광활하다보니 미국사람들도 나라 안에 있는 명소들을 다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이아가라 폭포. 록키산맥, 콜로라도협곡, 옐로스톤 국립공원, 레시모어 큰 바위 얼굴 같은 곳은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중서부의 남 다코타주(South Dacota state)라 하면 '큰 바위 얼굴'로 유명하다. 이곳은 서부개척의 전진기지였고, 많은 서부영화들이 촬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블랙힐스(bLack Hills)에는 두 곳의 암벽 인물상이 있다. 하나는 러시모아산(Mount Rushmore 1750m)의 대통령의 얼굴이고, 또 하나는 전설적 인디안 전사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조각상이다.
러시모아산에 새겨진 대통령의 얼굴 죠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초대)은 건국의 아버지로서,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3대)은 독립선언문의 기초와 루이지아나 땅을 구입하여 국가의 영토를 넓힌 공로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6대)은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를 이끌어 냈고 노예제도를 혁파한 공로로, 그리고 테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belt/26대)는 서부의 자연보호와 파나마운하를 구축하여 미국의 지위를 세계적으로 상승시킨 공로로 조각되었다. 그들은 미국의 민주와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정착시켰고, 미국의 건국, 성장, 보존, 발전에 기여한 대통령들이다. 1927년에 조각을 시작해 17년이 지난 1941년에 완공하였다. 이 장대한 조각상은 각각 얼굴 길이만 18m에 이른다. 미국인들은 이곳을‘민주주의의 전당’이라고 부른다. 실로 미국역사의 자부심과 미국의 긍지를 느끼게 하는 성지와도 같다. 이 조각상 앞으로 들어가는 기념관 정면 좌우에 나부끼는 미국 50개주의 깃발에서는 더욱 미국의 자부심이 넘쳐 난다. 민주주의와 이상을 상징하는 이 조각상 앞에서 여행객들은 모두 숙연해지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있는 미국에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성난 말)는 대통령의 얼굴에서 27km 떨어진 러시모아 국립기념관 건너편 산, 블랙힐스의 산자락에 있다. 산 정상의 암벽에 크레이지의 얼굴만을 새기는데 50년이 걸렸다. 1876년 6.25일, 대평원의 인디안 ‘수우’족의 족장 ‘크레이지 호스’가 북부 샤이엔족과 연합하여 몬타나주 리틀 빅 혼(little big horn)강 유역 협곡에서 죠지 커스터 중령이 이끄는 미 육군 제 7기병연대를 전멸시켜 미국인들을 경악케 하였다. 1870년대 ‘블랙 힐스’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미국정부가 모든 수우족들을 1876년 1월까지 인디안보호구역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항하여 ‘사이엔’ 부족의 용맹한 족장, 시팅 불(웅크린 황소- Sitting Bull)과 크레이지 호스가 이끄는 용맹한 인디안 수우족들이 활과 창만으로 막강한 화력의 제7기병연대를 리틀 빅 혼(Little big horn)전투에서 궤멸시켰으니 이는 인디안 쪽에서는 전설적인 전과였고, 미국으로서는 수치스러운 패배였다. 이 전투에서 카스터 예하 225명의 병사 전원이 전사했고, 인디안들도 136명의 전사자와 160명의 부상자를 냈다. 리틀 빅 혼 전투 후 어느 백인이 크레이지에게 조롱하듯 물었던 일화가 있다.
‘너의 땅은 어디냐?’
"나의 땅은 내가 죽어서 묻히는 곳이다.(My land's are where my dead lie burried.) 크레이지는 마상에서 지평선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이 조각상은 마상에서 ‘나의 땅은 내가 죽어서 묻히는 이곳, 아메리카'라고 대답했던 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엔 아메리카 본래의 땅주인인 원주민 인디안의 자존심과 백인에 대한 처절한 저항정신이 담겨져 있으며 인디안의 잃어버린 역사를 극적으로 재생시키는 현장이기도 하다. 멸종되어가는 동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국가가 보호하는 것처럼, 지금 미국의 인디안은 국가의 보호 인종으로 특정지역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의 유래는 인디안들이 그들의 추장이었던 ‘크레이지 호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조각상을 코작 지올코스키(Korczak Ziolkowski)라는 폴란드계 조각가에게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정부가 수우족 성지인 블랙힐스 동산에 백인 대통령 얼굴들을 조각하자 당시 추장이던 헨리 스탠딩 베어(Henry Standing Bear-서있는 곰)는 그 작업에 참가했던 코작에게 아메리칸 인디안 중에도 영웅이 있음을 조각으로 알려 달라고 부탁하면서 코작의 생일이 크레이지 호스의 죽은 날(9월 5일)과 같다고 하였다. 1939년 뉴욕 예술 대전에서 1위를 차지한 조각가였던 그는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한편의 서사시 같은, 19세기 백인기병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장렬하게 산화한 ‘크레이지 호스’의 삶을 재현하는데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블랙힐스로 향했다. 단돈 17달러를 들고 시작한 무모한 도전에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그중에 루스 로스(Ruth Ross 85)라는 여대생이 끼어있었다. 루스는 코작의 열정에 반해 18세 나이차를 무릅쓰고 50년에 결혼하였다. 그리고 10명의 자녀를 키우며 코작을 내조하였다. 1949년 조각을 시작한 지 33년만인 1982년, 코작이 사망하자 루스는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유업을 물려받았다.
처음에 비웃었던 미국정부는 호스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자 정부가 1000만 불을 지원하겠다고 자청했으나 루스는 거절했다. 원주민의 염원이 담긴 조각에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남편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그동안 경비는 현장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거둔 입장료와 기부로 충당하였다. 소문이 퍼지면서 크레이지 호스 조각현장은 한해 1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2006년에 시작한 기부 캠페인에서 1,930만 달러를 모금하였다.
그렇지만 크레이지 호스가 언제 완성될지 아무도 모른다. 조각규모가 러시모아의 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1948년1발파로부터 시작한 이조각상은 1998년에 얼굴이 완성되었고 현재는 팔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산 전체에 몸통과 머리모양이 조각된다. 완성되면 산 전체가 말을 타고 있는 크레이지 호스의 모습이 된다.
완성이 되면 높이 171m, 폭의 길이 201m, 얼굴 27m 규모의 세계최대의 돌 조각상이 되며 완성되려면 앞으로도 약 100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루스는‘조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내가 끝내지 못하면 자식들이 뒤를 이을 것이고, 그때도 안 되면 손자, 손녀가 물려받아 언젠가는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이 조각가와 그의 가족으로 하여금 대를 물려가면서 이 작업을 하게 하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사람들은 이곳이 워낙 오기 힘든 먼 곳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얼마나 찾아올까 생각하지만 막상 러시모아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각지에서 모여드는 인파의 홍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연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조각이 다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돌 조각상이 된다. 거기에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원초적인 고향과 고국에 대한 향수가 스며나는 곳이다. 영광스러운 러시모아 미국 대통령조각상 옆에 인디안들의 자부심과 투혼, 그리고 한편으론 치욕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크레이지 호스 상에서 우리는 민족의 역사를 배우게 된다.
중국의 하얼빈을 일본에서는 일본의 애국자 ‘이또 히로부미’ 총리의 순교지로, 한국에서는 우국열사 안중근의사의 영웅적인 거사장소로 각각 기념 하는것 처럼, 미국정부에도 옛 전장인 리틀빅혼에 제 7 기병대 기념비를 세우고 ‘카스터 국립기념전장’으로 명명하였고 인디안들은 ‘인디안 전사의 기념비’를 함께 세우고 이름도 ‘리틀 빅 혼 기념전장’ 으로 개명 하여야 한다면서 꾸준히 탄원한 결과 1991년에서야 미국의회가 이곳을 ‘리틀 빅 혼 국립 기념전장'으로 개명하는 법률을 의결 하였다. 죠지 부시 대통령은 이 법률에 서명하면서 “그들의 토지와 문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싸운 인디안들을 인정하고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이 법령을 제정하였다.” 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3년 6월 25일 ’리틀 빅 혼 국립기념비‘와 인디안 기념비 제막식에서 수우족 출신 인디안 최초의 상원의원 ’벤 나이트호스 캠벨‘은 “오랫동안 부정되어온 인디안들이 이제야 대등한 영예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치사를 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곳 사우스다코타주는 미국의 한 가운데 제일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북쪽은 캐나다와 접경하고 있는 노스다코타, 서쪽은 와이오밍, 동쪽은 미네소타, 남쪽은 네브라스카와 인접해 있다. 내륙 오지이기 때문에 가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 오려면 보통 LA에서 출발하는 리무진 관광코스가 있으며 주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레피시티(Rapid City) 지역공항을 운행하는 델타와 노스웨스트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