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남정학 (고창인)
龍城四月客登樓 용성사월객등루
往事悠悠搔白頭 왕사유유소백두
相國風流雲共散 상국풍류운공수
成娘別後雨同收 성랑별후우동수
橋邊機石蒼然古 교변기석창연고
檻外銀河冷似秋 함외은하냉사추
仙子不來三島晩 선자불래삼도만
躕躇西日未禁愁 주저서일미금수
남원고을 사월에 나그네 루에 올라
흘러간 지난 일들 생각하며 백발을 긁적인다.
정승의 풍류는 구름처럼 흩어졌고
춘향 이별 사연도 봄비 함께 사라졌네.
오작교 옆 베틀 받침 옛 빛이 절로 나고
난간 밖 은하수는 가을 인 듯 서늘하네.
삼신산 날 저무는데 신선들은 오지 않고
뉘엿뉘엿 저무는 해 수심에 젖게 하네.
**작가 소개: 남정학, 일제 강점기에 진도 군수 역임.
*상국(相國); 황희(1363-1452)를 가리킴, 그가 처음으로 광한루 자리에
광통루라는 정자를 지었다. 이곳은 본래 그의 선조인 황감평의
서재인 일재서실이 있던 곳이다.
*성랑(成娘); 춘향전의 주인공 성춘향을 말함. 그가 처음으로 이몽룡을 만나 인연을
맺은 곳이 바로 광한루이다.
*기석(機石): 지기석, 직녀 설화에 나오는 직녀가 쓰던 베틀을 고여 주기 위해 돌로 만든
받침이다. 지금 방장섬 남쪽으로 치우친 호수 물밑에 위치에 있다.
가로 5미터30 세로 3미터 35의 규모로 남원부사 장의국에의해 만들어져
호수 아래 놓여 졌다고 전해진다.
*주저(躕躇): 머뭇거림 망설임
*삼도(三島); 중국 설화에 나오는 신령스런 상상의 산이다.
이러한 산이 셋이다. 막연히 중 국 동쪽에 발해에 위치한다고 전하는 세 산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등이 다. 이 설화를 반영하기도 한 광한루 정원에도 연못에 세 섬을 만들어 삼신 산으로 삼았다. 이 산에는 선약을 먹고 불로장생하는 신선이 살고 있다고 전해진 다.
김 재 희
한 마 디
화자는 인생의 종점에서 가슴에 서려
있는 이런 저런 유감과 미련과 슬픔을 지우려고 굳이 봄날을 택일하여 광한루를 찾는다. 화자는 여기서 긴 여행을 결심한다. 처음에는 구름과 비, 다음에는 직녀와 은하수, 끝으로 신선과 삼신산,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어진다. 그의 여정은 지상에서 먼 순서대로 잡혀 있었다. 그의 여로도 중요성에 비례하는 단계별로 이루어졌다. 화자는 그의 여행이 실패하였다고 한탄하지만 독자는 반대로 그것이 성공적이었다고 믿는다. 그가 역설적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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