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같은 놈
시민신문논설고문 서 호 련
‘조조같은 놈’이란 책이 지금 중국에서 인기다. 북경대학원에서 맹자와 한비자의 사상을 전공했고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과 역사에 해박한 북경대학의 장경국교수가 쓴 책이다. 삼국지는 삼국지 정사와 ‘삼국지연의’ 두 가지가 있다. ‘삼국지연의’란 우리네 드라마 ‘동이’ 같이 삼국을 배경으로 쓴 허구적 소설이다.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의 필치에 따라 ‘조조 같은 놈도 되고 조조 같은 영웅도 되는 것이다.
조조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탁월한 무용과 지략, 게다가 호색까지 갖춘 매력적인 영웅으로 평가되는 반면 교활하고 잔인하고 포악했던 난세의 간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후한 말기 환관 조등이 양자로 들인 조승의 아들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효렴으로 추천되어 낙양 북부 궐문 수비를 하며 치안을 담당 했다. 그는 낮은 관직에도 세도가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폐단을 바로 잡으려 진언하며 혁신을 이룬 정치가의 기백을 일찌감치 드러냈었다. 도위에 임명되면서 본격 뜻을 펼쳐 나갔고 동탁을 토벌하면서 그의 행보가 세상에 알려 졌다. 후에 그가 국정을 장악하고는 이전까지의 조부제(租賦制)를 조부제(調賦制)로 바꿔 중국역사상 조세제도에 큰 영향을 남기기도 했고 전장을 누비면서도 시를 읊고 높은 수준의 다양한 작품을 남기는 등 문학적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내가 조조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가진 것은 장판파 싸움의 장면이다. 유비의 어린 아들을 가슴에 품고 노도질풍같이 적진을 휘몰아치면서 빠져 나가고 있는 조자룡의 모습을 산위에서 내려다 본 조조가, ‘저 장수가 누구냐? 저 장수를 죽이지 말고 사로 잡아라‘ 고 했다. 항복 해온 관운장에게 적토마를 내주며 지극히 환대했으나 끝내 주인에게 돌아가자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던, 인재를 목마르게 찾던 그의 모습에서 연민의 정을 느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아간 그러한 풍운아에게 간신의 이미지를 덮어 씨우는 것이 조금 억지스러움이 있긴 하다.
굉장히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 조조와 가장 인애의 정치를 펼쳤던 유비와는 확실히 비교되는 것 들이 많다. 그러나 ’조조 같은 놈‘의 저자 왕경국은 오늘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로 조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최근 중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조조연구의 권위자이자인 장쭤야오(張作耀)도 조조를 역사적 사료에 의거 객관적으로 분석한 조조평전레서 “조조는 인재를 아꼈고 용인술에 뛰어 났다. 자기 조카와 아들을 죽인 장수(長繡)를 기용할 정도로 지난 일은 묻지 않았다. 인재를 얻는 것이 천하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생각 했다.” 고 썼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장경국은 자존심과 체면을 성공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소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 교만하지 않는 사람,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 화술과 임기응변이 뛰어난 사람을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꼽았다. 삼국지연의에는 천하의 대세는 합친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뉘고 나뉜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진다 (天下大勢 不久必合 合口必分 천하대세 불구필합 합구필분)는 명언이 있다. 그에게는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 한번 자신을 배신한 자라도 용서하고 발탁하여 활용했던 대인의 기질이 있었다. 그의 단호한 결단과 혁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인재 포용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 그러나 조조라는 말은 잔재주가 많고 간사한 자라는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출세 안 하고 말지 ‘조조 같은 놈’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뛰는 놈, 나는 놈, 간사한 놈, 이런 놈 말고 , 선하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 의롭고 정의로운 사람이 대접받는 나라- 꽁 보리 밥을 먹고 살아도 신의가 달빛같이 비추이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11-08-30 12:0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