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센터 그리고 록펠러
-뉴욕 여행기 6-
남원시민신문 논설고문
한 국 세 무 사 (광주)
국 제 협 력 위 원 장
우리는 소니아를 태운 유모차를 앞세우고 21클럽 앞을 마주보고 있는 록펠러플라자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통과하여 동문 쪽으로 나오니 온통 수백 개의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는 록펠러센터 정문광장에 이르렀다. 바로 앞에 ‘록펠러센터’라고 새겨진 아름다운 대리석 현판이 낮게 세워져 있었고, 그 오른편에는 GE건물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었다.
록펠러센터는 뉴욕 맨하튼의 중심인 5번에서 7번 에비뉴 사이와 49번가에서 52번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70층의 GE빌딩을 중심으로 무려 20여개의 빌딩이 밀집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6만 5천여 명의 인원이 일하고 있다. 식당, 은행, 쇼핑센터, 영화관, 미술관, 학교 등 도시의 모든 기능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다. 문자 그대로 비즈니스와 예술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기념비적인 장소다.
1928년 죤 D. 록펠러가 콜럼비아대학 으로부터 토지를 임대받아 도시속의 도시형태의 복합형 건축물을 건설했다. 해협정원이라고 하는 채널가든(Channel Garden)이 5번가에 면한 영국관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데 이곳은 4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이 피는 록펠러센터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채널가든에 이어진 로워플라자(Lower Plaza)는 여름에는 야외식당(카페테리아),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아이스링크로 붐비는 곳이다.
12월 초에 개장되는 도심 속의 높은 빌딩 숲속 안 록펠러센터 한 가운데 새하얀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뉴요커들의 모습은 낭만적이다. 올해로 개장 73주년을 맞는다는데 이 아이스 링크야말로 록펠러센터의 트레이드마크(상표)이다. 또한 금빛의 ‘프로메테우스’ 상 위에 휘날리는 세계 각국의 국기와, 정문 광장 좌우에 미국의 자부심인 양 나부끼는 수백 개의 대형 성조기 그리고 록펠러센터에 속한 20여개의 모든 건물에 꽂혀있는 성조기는 압권이었다. GE-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건물 옆쪽에는 NBC방송국 스튜디오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스튜디오에서는 방송의 진행과 제작과정을 볼 수 있었다. 특히 TV 인기프로그램과 똑같은 모조세트로 관광객들의 견학투어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뉴욕의 또 하나의 명물은 록펠러센터 메인 빌딩 앞에 설치되는 크리스마스트리다.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세계 최고 최대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코네티커트 이스턴 시에서 베어온 높이 23m의 좌우대층이 완벽한 80년 된 노르웨이산 전나무가 영광을 입었다고 한다. 매년 100여명의 나무 소유자들이 이 영광을 입기위하여 기증의사를 전달하고 심사를 받는다. 이 트리는 3만개의 절전형 Led전구로 장식되었고 맨 꼭대기의 별은 스와로브스키에서 기증된 2만 5천 개의 크리스탈로 백만 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별이다. 약 한 달간 나무를 설치하고 다듬고 전구를 달아서 11월 마지막 날 퍼레이드와 함께 점등식을 갖는데 실로 장관이라고 한다. 다음 늦가을쯤 다시 뉴욕을 방문할 때는 꼭 이 점등식을 구경하고 싶다.
6번 애비뉴와 50번가 서쪽에 위치한 라디오시티 뮤직 홀( Radio City Music Hall )은 6천여 좌석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실외극장이다. 1932년에 오픈하여 1979년까지 650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그 중에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닥터 지바고’같은 명화들이 있었다고 한다. 걸어 다니느라고 다소 피곤해진 우리에게 뉴욕의 한 복판 록펠러의 저녁 커피 맛은 천하일미였다. 70층의 전망대(Top Of The Rock)에서 보는 야경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보는 야경과 다를 바 없다는데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귀가를 서둘렀다. 이러한 거대한 문화시설을 건설한 미국인들의 스케일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1989년에 이 록펠러센터를 일본 기업 미쓰비시가 매입했다는 게 아닌가? 미국의 혼이 팔려 나간 것 같아 안타까웠다.
록펠러야 말로 미국의 또 하나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1890년에 명문 사립대학인 시카고대학을 설립하였다. 시카고대학은 지난 100년간 총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학교 중의 하나다. 또한 그에 의하여 설립된 맨하튼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는 록펠러대학은 세계생명공학분야의 최고봉이다. 생명과학분야만을 연구하는 유명교수들의 집합체이기도 한데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소수의 Ph.d과정의 대학원생들만을 선발한다. 록펠러대학의 전신은 록펠러의학연구소로서 당시 전 세계에 만연하던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하여 설립되었지만 점차 기초의학, 생명과학 전반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성장하였다. 1950년대에 이름을 록펠러대학으로 바꾸었다. 이 록펠러대학에는 보통 미국대학에 한 두 명, 많아야 대여섯 명밖에 없는 학술원 회원이 30명이 넘는다. 즉 교수들의 반수가 학술원 회원이라는 것이다. 생명과학에 관련된 노벨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자가 현재 2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이고, 그중 8명이 현역 교수라 하니 놀라울 뿐이다.
록펠러! 그는 어떠한 사람이었는가?
록펠러는 33세에 백만장자가 되었고, 43세에 미국의 최대 부자가 되었으며, 53세에 세계 최대 갑부가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53세에 우연히 검사해본 의료진은 그가 불치병으로 1년 이상 살 수 없다고 했단다. 마지막 검진을 받으러 휠체어에 의지하여 병원을 찾는 날 병원액자에 걸려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마음속에 전율이 일어났고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때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입원비 문제로 병원과 보호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록펠러는 바로 비서를 시켜 입원비를 지불하되 누가 지불했는지 모르게 했다. 얼마 후 은밀히 도운 소녀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록펠러는 얼마나 기뻤던지 훗날 자서전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 했다고 한다.
“나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나눔의 삶을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와 동시에 그의 병도 사라졌다고 한다. 그 뒤로 그는 98세까지 살면서 선한 일에 힘썼다. 훗날 그는 내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아가면서 살았지만 후반기 43년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회고하였다. 비단 그가 스탠더드 오일을 창업하고 석유 왕이 되는 과정에서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사람이기는 하지만 말년에 록펠러재단, 록펠러센터, 록펠러의학연구소를 설립하여 미국과 인류에 공헌한 위대한 자선가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11-08-22 19:0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