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시민신문 논설고문 서 호 련
이 고사성어는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서 나온다. 《회남자》란 기원전 122년경 전한(前漢)의 회남 왕 유안(劉安)이 전국의 빈객과 학자들을 모아 제자백가의 학설을 집대성한 29권의 방대한 책이다. 천문, 지리, 시령(時令) 등 자연과학 분야부터 일반 정치학에서 병학, 개인의 처세훈까지 열기되어 있다. 유안(劉安)은 전한(前漢) 고조(漢高祖)의 서자인 유장(劉長)의 아들이며 아버지 유장이 문제 때에 모반죄로 죽은 뒤 그 영토의 일부를 받아서 회남왕이 되었다. 문학을 애호하는 회남왕의 궁정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빈객과 학자들로 붐볐다고 한다.
옛날 춘추전국시대에 북방 변방[塞]에 한 늙은이[翁]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이 들판에서 떠도는 암말 한 마리를 주워 오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귀한 말을 얻었다고 축하를 했다. 그러나 노인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此河遽僞禍好(차하거위화호) "이것이 뜻 밖에 화가 될 지 누가 알겠소?"
하루는 그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북방에서는 말이 생활필수품이다. 시름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 와서 위로를 하였다.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그러나 노인은 조금도 슬픈 기색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此河遽不爲福好(차하거불위복호) "지금의 화가 내일의 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오. 이게 또 좋은 일이 생기게 될지 누가 알겠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말대로 집을 나갔던 암말이 오랑캐 땅에서 아주 훌륭한 종마 한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화가 복으로 바뀐 것이다.(轉禍爲福:전화위복) 마을 사람들은 축하를 하러 몰려 왔다. 그러나 노인은 말했다. 此河遽不爲禍好(차하거불위화호) "오늘의 복이 내일의 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오. 혹시 이게 불행한 일이 될지 누가 알겠소?"
노옹에게는 외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말 타기를 좋아하는 그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그만 다리가 부러졌다. 이웃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모두 애석해 하면서 위로를 했다. 그러나 노인은 조금도 슬픈 기색이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此河遽不爲福好(차하거불위복호) "지금의 화가 내일의 복이 될 수도 있는 일이오. 이게 또 좋은 일이 생기게 될지 누가 알겠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변경 오랑캐 땅 초나라의 군사들이 대거 쳐들어 왔다. 마을 장정들이 모두 전장에 나가 싸우다가 10명 중 9명이 전사했다. 그런데 노인의 외아들은 절름발이였기에 징발되지 아니하고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때도 찾아와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축하를 했다. 그러나 이때도 노인은 무표정하였다.
회남자는 말한다. 세상사란 이처럼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기가 어렵다. 복이 화가 될 수도 있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만사는 새옹지마다.
글자도 재미있다.
노인은 첫 번째로 위화호(爲禍好) -화가 될련지 누가 알겠소 라 했다.
다음엔 불위복호 (不爲福好)- 복이 될련지 누가 알겠소 라 했다.
그 다음엔 불위화호 (不爲禍好) -화가 될련지 누가 알겠소 라 했다.
그 다음엔 또 불위복호 (不爲福好)- 복이 될련지 누가 알겠소 다.
복(福)- 화(禍)- 복(福)- 화(禍)- 복(福)- 화(禍)의 연속이다.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그 변화가 너무 깊어 측량할 수가 없다(福之爲禍-복지위화. 禍之爲福-화지위복. 禍不可極-화불가극, 深不可測也-심불가측야)라고 하였다.
그렇다. 세상사 사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있고 슬픈 때도 있는 법이다. 좋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고 슬프다고 슬퍼할 일만도 아니다. 달이 차면 기울듯 인간사 채워지면 흩어지는 법이다. 천만년 부귀를 누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다 죽은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 하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세계관(世界觀)이다.
오로지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는 뜻 일게다. 정직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뜻 일게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 일게다. 윤시장님 그리고 강 군수님 앞날에도 이 법칙이 다시 적용되는 날이 있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11-06-13 11:1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