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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8 22:05:58
남원의 혼, 양창식 회고록 축사(4.29일)
- 양창식 의원과 새사도교회-
남원의 기라성 같은 어르신들 앞에서 제가 감히 축사를 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양 의원님께서는 제가 교회의 주교이고 신문사 논설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축사를 할 것으로 기대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라 우리의 친구요, 남원의 아들이요, 남원의 은인이신, 인간 양창식의원의 고향사랑과 나라사랑을 기리는 자리입니다. 그분의 연세 82세. 지금 우리는 그분에 대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민의 정과 흠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참석했습니다.
제가 남원으로 이사를 온 것이 5.18이 나던 해였으니까 벌써 31년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남원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춘향골 남원은 양반들, 한량들이 풍류를 즐기는 조그만 고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원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남원사람들 가슴속에 4가지의 정신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지키기 위해 왜군과 싸우다 만명이 목숨을 바쳤던 우국충정이 그 첫 번째 정신이요, 일편단심 성춘향의 정절이 두 번째 정신이며, 가왕 송흥록에서 발원하여 송만갑, 강도근, 안숙선 으로 이어진 판소리 동편제가 세 번째 정신이요, 양창식 의원의 고향사랑 정신이 그 네 번째 정신입니다. 그뿐입니까? 전라북도 문화재 3분지 1이 이곳 남원에 있고, 조선조 과거급제자 수가 안동 다음으로 많은 곳이 이곳 남원입니다.
춘향전뿐만 아니라 흥부전의 발상지가 이곳 남원이고 1896년엔 전라남북도 도청소재지, 전라도 관찰부가 있던 곳이 남원 입니다. 비록 지리적으로 변방에 있어 지금은 소외되고 있지만 남원처럼 역동적인 고을은 이 나라에 없습니다. 이 나라 문화 예술의 수도가 이 남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러한 남원사람들이 된 것이 어찌 자랑이요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이 중심에 인간 양창식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양창식 의원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육사생도 출신으로 포천전투에 투입되어 총상을입었고, 월남전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웠으며, 서울대학교 학군단장을 지낸 장군출신의 무골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양창식 의원님은 남원농고 재학시절에 문예부장을 하셨던 문필가 이십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장엄한 회고록을 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파란만장한 한 사나이의 인생 서사시 -남원의 혼 같은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 남원의 혼이란 이것을 말 하는구나’라고 절감하게 됩니다.
제가 양 의원님과 인간적으로 평생 친구가 된 일화가 있습니다. 우리 새사도교회가 남원의 각 면마다 세워져있고 캐나다에서 남원을 방문하시는 사도님들의 발길이 잦으시기 때문에 당연히 그분으로서는 우리 교회에 대하여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허버트 파키 (Herbert Pache) 동아시아 교구장님이 남원을 방문하실 때에는 우리는 그분을 우리 집에 초청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친교를 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그 분이 국정감사차 캐나다를 방문하셨을 때 토론토 영사와 함께 워터루에 있는 새사도 교회 캐나다 대교구를 방문하셨습니다. 워터루는 토론토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독일인들이 세운 조그만 도시입니다.
그곳에는 카나다 대교구 사무실과 교회 그리고 당시 대교구 총재이신 크라우스(Kraus) 지역사도님이 경영하는 거대한 카페트 공장이 있습니다. 크라우스 지역사도님은 당시에 그분의 회사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남미 아세아 지역에 년 간 천개씩의 교회를 지어주고 계셨습니다. 한국의 새사도교회들도 모두 그분이 지어 주신것입니다. 양의원님께서는 지역구에 교회가 있는 새사도교회를 파악하기 위하여 당연히 캐나다의 본부를 가 보려고 했을것입니다. 파키 지역장노님의 안내를 받아 그분이 크라우스 지역사도님의 방에 들어 갔을 때 백발이 성성하신 거구의 지역사도님이.
네가 한국에서 왔단 말이냐? 한국에는 나의 아들같은 형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그 큰 가슴으로 양의원님을 품어 안아 주시더랍니다. 그러면서 대뜸 하신 말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더란 것입니다. 그래도 한국집권당의 실세 국회 지도자인 양의원께서 무엇을 원한다고 말 하셨겠습니까?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주십시요!' 라고 말 했더니 '자무릎을 꿇자' 하시면서
카페트 위에 무릎을 꿇은채 함께 기도를 하셨답니다. 그리고 난 뒤 카페트 공장을 손수 구경시켜주시고 떠날 때, 양의원님 손에 100 $ 짜리 지폐 한장을 꾸겨서 쥐어주시면서 갈 때 콜라 사먹으라고 하더래요. 양의원님께서는 생전에 그 어느 곳에서 느껴 보지 못했던 아버지 같은 사랑을 그 때 느꼈다고 말 하셨습니다.
그분이 그 뒤 남원에 돌아 오셔서는 가시는 곳 마다 새사도 교회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한번은 산성의 장로교회에 가셔서도 이 이야기를 하시길래, 수행한 한 참모가, ‘의원님, 표 떨어져요. 새사도교회는 남원에서 아주 조그만 교회예요. 너무 많이 새사도교회 말 하지 마세요' 라고 충고를 했는데' 그분은 '사실을 사실데로 말 하는데 무엇이 잘 못 되었다는 말인가? ’
하고 반문을 하셨습니다. 나 역시 '양의원님, 저 분 말이 맞아요. 선거에 지장이 있을지 모릅니다.'라고 말 했습니다. 그 뒤 크라우스 지역사도님과 와그너 사도님이 한국을 방문 하셨을 때 양의원께서는 와그너 사도님을 국회에 초청하셔서 당시 이재형 국회의장과 환담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역사도님 일행은 남원에 내려 오셔서 지금, 구 소방서 2층에 있었던 시민 회관에서 수 백명의 남원지역 회중들의 예배를 집전 하셨는데 당시 부시장이 지역사도님을 친히 영접 하신 일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우리는 지금 까지도 그분과의 뜨거운 우정을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그분이 얼마나 남원을 사랑 하셨던가 하는 일화입니다. 초창기에 춘향문화 선양회는 법인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양창현, 이만기. 그리고 박재윤씨 세분이 서울에 올라와서 선양회를 법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양 의원님은 즉시로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부탁을 했더니 장관 말이, 지금 문화관계 법인이 너무 많아 총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래요.
그래 양 의원님이, ‘한 편으로는 부실한 법인을 정리하면서 한 편으로는 필요한 법인은 만들어 가야지, 그렇게 다 없애 버리면 되는가? 라고 추궁하면서, 부탁을 해도 들어줄 기미가 없더랍니다. 그래서 양 의원님은 비서관에게, 오늘부터 이방에서 잘 테니까 이부자리를 갖다 놓으라고 명령 했더니, 장관이 앞발 뒷발 다 들었다면서, 해줄 터이니 어서 가시라고 하더래요. 이것이 양의원님의 고향 사랑 이었습니다. 그분의 업적과 일화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 한 분 한분이 증인이지 않습니까?
이번에 함께 발간한 ‘태능에 핀 불멸의 무궁화’ 란 육사 동기생의 회고록을 보았습니다. 6.25가 발발하자 육사 생도 1기(육사10기) 동기생이 임관도 하지 아니한 생도신분으로 전원이 포천 전투에 투입되어, 262명 중에서 117명이 전사했던, 세계 전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비극이 기록되었습니다. 국가와 고향을 위해 생애를 바쳤던, 한 남원아들의 장엄한 투혼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현존하는 한국의 정치인 중에서 애국과 애향 정신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전설적인 분입니다.
그분은 국회회기만 끝나면 어김없이 지역에 내려와 농촌에서 그리고 소시민들과 함께 하루에도 24시간 애환을 같이 하며 그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지역 일을 챙기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하셨습니다. 마을마다 골짜기 마다 그분의 발길과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분이 도처에 심어준 인재만도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시간만 있으면 관공서건 기업인을 찾아다니며 지역 인재 심기에 시간을 다 보내신 분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국회의원은 역사적으로도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을 남원의 혼 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우리가 그분의 친구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재산이 아니라 바로 이 남원 정신입니다. 남원의 모든 공직자들도 모름지기 이 남원사랑 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만인의총의 혼, 춘향이의 혼, 그리고 동편제의 혼과 함께 이 남원사랑 정신이란 4가지의 혼이 우리들 후손에게 이어진다면 남원은 결코 쇠락하지 아니 할 것입니다. 양창식 의원님 내외분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