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11-06-01 23:10:09
브로드웨이의 뮤지칼 그리고 21
(트웬이 원) 클럽
맨하튼 중에서도 야경이 가장 황홀하기로는 브로드웨이고 그 뮤지컬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로 만원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온 터였다. 마리나는 엄마 아빠가 뉴욕까지 오셨는데 부로드웨이 뮤지칼 하나 안보고 가시면 안된다고 표를 예매하겠다고 했지만,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쇼를 장시간 관람하는것보다는 차이나 타운이나 가야겠다고 해서 모두 폭소를 했다.
그러나 마리나는 오늘 뮤지칼, 라이언 킹 관람권 2매를 사들고 들어왔다. 가격을 물으니 오케스트라 바로 앞 자리인 스페셜좌석이라 한 매당 300 $를 주었다고 한다. 아내는 6십만원이나 주고 이런 것을 보느냐고 탐탁스럽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마리나는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이기 때문애 표가 없어서 못 산다면서 연신 설득을 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칼을 구경했다는 말 한 번 들으려고 영어도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이 허영심으로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여하튼 한 번 샀으니 사전에 공부를 하여 가기로 하고 마리나와 엘리사에게 대충 스토리 강의를 들었다.
라이언 킹은 디즈니랜드에서 제작한 만화영화다. 아프리카 밀림속의 동물들을 다스리는 사자왕이 새끼를 낳아 왕의 자리를 계승시겼는데 숙부사자에게 왕의 자리를 찬탈당하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살았던 그 새끼 사자왕이 결국 왕위를 회복하고 밀림 동물들의 경배를 받는다는 내용의 뮤지칼이란다.
마리나는 인터넷에서 이 만화영화를 찾아 보여 주면서 영어도 해석해 주고 또 그 영화를 브로드웨이 뮤지칼 공연 내용과 비교해 주면서 열심히 해설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가슴에 와 닿는 뭉클함이 있었던지 입장료가 500 $는 되겠다면서 얼른 보러가자고 하였다.
그 뮤지칼은 오후 2시, 8시 하루 두 차례씩 공연한다. 우리는 차를 몰고 조다리를 건너 허드슨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브로드웨이로 들어가는 쪽의 허드슨 강변에 선착장이 있고 거대한 크루즈가 정박을 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내려서 맨하튼 도심을 관광하고 다시 승선하여 크루즈관광을 계속한다는것이다. 마리나는 우리를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내려 놓고 엘리사와 소니아와 함께 독일에서 도착하는 소니아 아빠를 마중하러 공항으로 갔다.
두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그 옆에 있는 타임스 스퀘어 광장으로 갔다. 타임스 스퀘어는 주위에 초고층 빌딩, 호텔로 둘러 싸여 있는 맨하튼의 핵심 지역인데 우리 나라 명동같은 곳이다. 어제도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물결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홍보하고 있는 그 유명한 전광판에는 우리의 삼성과 LG의 전광판이 선명했다. 얼마 전에 강남에 사는 지인의 부인이 독일 슈트트 가르트에 와서, '이곳에서 외제차 실컷 보고 간다'고 말했다
해서 모두 웃었지만 우리도 정말 이곳에서 외제차를 실컷 보았다. 뉴욕, 뉴저지는 세계의 차 전시장이다. GM. 포드,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그리고 혼다, 도요타 등 미국과 유럽 차와 일본차가 대부분이고 생각과는 달리 우리 현대 기아차는 간간히 보였다. 이뿐이랴, 타임스 스퀘워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인종전시장 같았다. 금발, 은발이며 브론디(갈색), 빨간 머리, 검은머리, 파란 눈, 갈색 눈, 검은 눈이며 긴머리 짧은머리 곱슬머리, 백인 흑인, 맥시코인, 인도인, 동양인 등 형형색색의 인종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외제차뿐만이 아니라 외제사람들도 실컷 본 셈이다.
라이언 킹이 상영되는 극장은 영화관 이름 자체가 라이언 킹 극장이었다. 이 일대 브로드웨이에는 뮤지칼을 상영하는 극장이 수도 없이 많다. 라이언 킹은 이곳 극장 한 곳에서만 14년간 하루에 두 차례씩 상영해 왔다 하니 그 관객층이 전 세계인이고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상영 30분 전에 극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입장하기 위해서 긴 줄이 서 있었다. 2,000석이나 되는 좌석은 모두 매진되어, 표가 없어서 표를 살 수가 없다는 마리나의 말이 맞았다.
시작하자 뒷쪽 관람석으로부터 줄지어 나오는 거대한 코끼리며, 사자, 하이에나, 황소, 앵무새 등 동물의 탈과 모습을 한 배우들이 천지를 진동하는 음악소리와 함께 입장하는데 배우들이 걸친 동물 의상들을 마치 인형극처럼 조종하는 기술에 감탄하지 앟을 수 없었다. 우리는 무대 앞 오캐스트라 바로 앞에 앉았는데 이층과 뒷 좌석은 무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값이 저렴하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는 모두 무대 밑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지휘자 한 사람 외에는 객석에서 보이지 않는다.
상영이 끝나고 그 안을 들여다 보니 수십 대의 전자 올갠과 피아노, 각종 악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라이브로 직접 노래를 하고 시시 각각 펼쳐지는 무대와 배경은 현란하였다. 이층 좌우 앞쪽 날개애 드럼 팀이 포진하여 그 입체감은 압권이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어린 사자 새끼왕이 달려드는 수천 마리의 하이에나 떼에 잡혀먹히려는 장면에서는 어린애들이 '노! 노!'라고 소리를 지르고 앙증맞은 배우들의 대사에서는 관객들이 웃음보를 터뜨리는데 우리는그 말을 알아 듣지 못하여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스토리를 인터넷 검색으로 익혀 그 의미와 흐름을 알았기 때문에 졸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상영이 끝나자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고, 모든 배우들이 나와 고별 인사를 할 때는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팔 운동도 할겸 두 팔을 위로 치켜 올리면서 '우우' 하고 마치 애들처럼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자식들 덕에 쇼 한 번 잘 보았다면서 1,000$ 정도의 값어치가 있다고 칭찬을 했다. 귀로에 마리나는 또 다른 재미있는 뮤지컬을 보여 드리겠다고 하니, 그런 돈을 주고는 안 보겠다고 말해 모두 웃음보를 터뜨렸다.
맨하튼 52번가에 자리잡고 있는 또 하나의 뉴욕 명소는 레스토랑 '21 클럽'이다. 헤밍웨이로부터 빌 게이츠까지, 그리고 루즈벨트, 케네디, 레이건, 닉슨 등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그리고 미국의 부호들이 애용하는 미국 역사속에 천연기념물 같은 식당이다. 지하에 있는 22개 좌석의 VIP 와인 셀러 룸은 2만 병의 와인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20톤이 넘는 시멘트 벽을 50cm의 가는 열쇠로 열어야 오픈될 수 있다.
90년 전 1922년에 설립되었는데 당시 금주법 아래에서 연방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이 비밀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하 VIP 룸은 지금도 21클럽에서 가장 비싸고 예약하기 힘든 곳으로 뉴욕에서 최고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당시의 단골이 헤밍웨이와 뉴욕시장 제임스 워커였다고 한다. 이 방은 뉴욕 역사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뉴욕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007 죽느냐 사느냐, 섹스 엔 더 시티,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브리나 등의 영화의 배경지다.
섹스 엔 더 시티에서는 주인공 케리가 돈 많은 중년 남자와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케네디 대통령이 기증한 작은 보트모형, 마이클 조던의 농구공 등 시중에서 최하 수만 달러 하는 명사들의 애장품이 이곳 1층 천정에 가득 매달려 있다. 뉴욕의 상류층 1%의 부호들이 이곳의 회원으로 되어 있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한 사람당 최소 200$ 이상이 소요된다니 그럴만한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케쥬얼 차림의 한국의 한 여행자가 이곳의 명성을 듣고 안을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 수위에게 팁을 쥐어 주고 잠간 둘러 보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나도 인터넷에서 읽었다. 이상의 내용은 국제 뉴욕 통신원 유민호 기자에 의하여 2010년 7월 12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된 내용이다. 다행이도 다음주에 우리 부부가 21클럽의 제너럴 매니저로부터 점심 초청을 받았다. 무엇이 미국의 대통령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는지 한 번 살펴보아야겠다. 우리가 초청 받게 된 사연은 나중에 이야기 하기로 하자.
1620년, 102명의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이곳 신천지에 도착하여 황무지를 개척한 지가 불과 390년밖에 안 되는데 이러한 초거대 문명 복지국가를 이룩하였다.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조하면서 우주개발을 지향하고 있는 미국민들의 프론티어 정신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많은 인종들이 하나의 미국시민이 되어 법과 질서를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사는 모습은 마치 잡철들이 용광로속에서 용해되어 새로운 철강으로 변신하는 것과 같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에게 이러한 애국심과 일체감, 그리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일까?
수천년 동안에 걸쳐 건설된 유럽의 화려한 문명을 제치고 단 수백년 만에 황무지에서 이러한 문명국가를 일으킨 그 원동력이, 서부를 개척했던 그 프론티어(개척자) 정신이 아닐까? 이곳에 올 때마다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아파트 안에서나 공원에서 또는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 예전에 전혀 보지 못했던 초면일지라도 그들은 '하이!' 한다거나 손을 든다거나, 목례를 한다거나, 눈을 끔벅하는 표현으로 꼭 인사를 건넨다. 한국사람들은 국내애서나 이곳에서도 서로 마주쳐도 눈을 말뚱 말뚱 뜨고 그냥 지나가기 일쑤다. 친절감이 없고 좀 쌩뚱맞은 느낌이다.
문화의 차이나 교육의 차이일지는 모르나 정서적으로 차갑고 척박한 토양의 식물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 거대국가 이면에는 범죄나 마약 등 어두운 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나라건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미국의 위정자들도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나라에서의 법은 엄중하고 치안은 확고한 셈이다.
지난 주에도 미국의 중서부 3개 도시가 초강력 토네이도(카리브해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초강력 폭우와 폭풍을 동반한 일종의 태풍)로 초토화 되고, 200여명이 사망했으며, 조플린 시에서만 현재 2,000 채의 주택이 날아갔고, 1,500여명의 주민이 행방불명이다. 지난달에만 남부 미시시피에서 북부 버지니아주에 이르기까지 164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으며, 올들어 1,000개가 넘는 토네이도가 미국을 덮었다. 이러한 토네이도가 일년이면 평균 5-600 개가 발생하여 수십 개의 도시가 초토화된다. 한 쪽에서는 건설이요 한 쪽에서는 끊임없는 파괴다.
그러니 국가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날만 새면 마을 하나, 도시 하나씩이 없어진다고 하면 통치자의 고뇌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재난과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충분한 자금과 방위군을 늘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경제가 세계 제2위라지만 단순히 경제적 GDP(국내총생산)만 가지고는 국가의 서열을 매길 수 없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대국을 건설하고 문화를 창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논리만 가지고서 국가의 서열이 매겨질 수 없다는 생각이 나게 한다. '국가의 서열은 경제순이 아니야!'라는 말이 맞을 법도 하다. 인간의 행복지수는 물질적인 잣대로만 환산할 수 없다.
그것은 정신적, 문화적, 종교적 가치 안에서 도출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히말리야 산맥안에 있는 조그마한 나라 부탄왕국이 국가 총행복지수(GHN) 세계 제일의 나라다. 그나라 국왕은 '행복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아래 지속 가능한 문화진흥, 환경보전, 도덕질서, 좋은 통치를 국정의 4대 핵심으로 삼고 있다.
경제만 발전하면 행복하게 된다는 이론은 이미 그 가치를 잃은지 오래다.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빈부의 차이는 심해지고 어두운 면은 더 많아지며 대다수 국민들은 행복보다는 좌절을 더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달리는 말에서 뛰어 내릴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제 국가총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철학을 가진 위정자들이 필요할 때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뉴욕이 어떻고 맨하튼이 어떻다고 해도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이 살고 있는 내 고국, 내 고향 오두막집 같은 천국이 어디 있는가? 내 나라 내 고장부터 어떤 변화를 주어야겠다. 오늘은 맨하튼에 왔기 때문에 맨하튼이 무슨 말인가를 알아보고자 했던 것인데 사설이 길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