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11-05-30 07:18:11
시민신문 논설고문 서 호 련
맨하튼이란 말이 무슨 말인가? 뉴욕하면 맨하튼이고 맨하튼하면 뉴욕이다. 그리고 맨하튼이 세계의 중심지라지만 맨하튼의 개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뉴욕을 처음 방문한 것이 39년 전인 1972년도였다. 그 뒤에도 뉴욕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주마간산(走馬看山)격이었는지, 아니면 엉성하게 알았는지 아직까지도 맨하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야 그 맨하튼의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어젯밤에도 맨하튼을 내려다 보며 그 장엄하고 화려한 야경에 도취될 수 있었다.
우리 내외가 뉴욕을 방문한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다. 14시간의 비행 끝에 케네디공항에 내렸을 때, 미리 독일에서 온 엘리사와 손녀 소니아가 마리나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소니아는 아직 말은 못하지만 어느새 소녀같은 티가 역력했다.
우리가 맨하튼과 뉴저지 사이를 흐르는 허드슨강에 도착했을 때 아치형의 웅장한 탑으로 구성된 거대한 현수교가 우리를 압도했다. 조지 워싱턴교다. 한 눈에 보아도 범상한 다리가 아니었다. 이 다리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생기기 전에는 미국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
2층으로 된 도로에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었다. 이 다리를 현지 교포들은 줄인 말로 조다리라고 부른단다. 이 다리는 세계 유일의 14차선 현수교로서 세계에서 통행량이 가장 많은 다리 중의 하나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포트 리(Fort Lee)가 나왔다. 포트 리는 허드슨 강변에서 뉴욕의 맨하튼을 마주보는 곳이다. Fort 하면 요새이고 Lee는 제너럴 리가 떠올라 남북전쟁의 일화가 있는 것으로 추측했지만 실제는 좀 다르다. 허드슨 강변에 요새를 지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조지 워싱턴이 이곳에 요새를 구축했고, 독립전쟁 때 이 요새에서 찰스 리 장군이 영국군을 격퇴하고 뉴욕을 방어했다. 그 공을 기념해서 이 지역을 '포트 리'라고 부르게 되었고, 다리 역시 조지 워싱턴교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영화하면 헐리우드지만 20세기 초에는 미국 영화산업의 본거지가 바로 이 포트 리였다고 한다. 이곳 포트 리에서 뉴욕의 한 복판 타임스 스퀘어까지 리무진 시내버스로 20분 거리밖에 안 되기 때문에 뉴저지 사람들이 뉴욕으로 출퇴근을 하는 교통의 요지이고, 65,000명의 우리 교포들이 뉴저지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코레안 스트리트가 형성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택배회사며 칫과, 한의원, 횟집, 떡집, 라면국수집, 포장마차집, 복덕방,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없는것이 없다. 또 대형 한국수퍼마켓들도 여러 곳에 있다.
마리나 아파트는 이곳의 린 우드(Lin wood) 공원 안에 있는 서민 아파트인데 놀라운 것은 이 아파트가 지어진지 50년이 넘었는데도 벽면에 금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50년 이상 끄덕없을 것 같다. 땅떵어리가 넓어서인지 주택들이 숲속에 들어 있는경우가 많고 길가에 있는 집들의 잔디밭이며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에서 이곳이 미국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공원 안에 있는 아파트들은 모두가 5층 규모인데 우리나라 개념으로는 빌라와 같다. 건물 사이 사이의 거리가 100여m씩 떨어져 있고, 두 팔이나 되는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빌라보다 훨씬 높게 솟아 있어 마치 건물들이 숲속에 묻혀 있는 듯하다.
도로 옆과 건물들 앞에는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나무마다 다람쥐들이 짝을 이뤄 오르내리면서 사람들에게 다가선다. 그 숲속 공원길을 돌아 리무진 시내버스가 뉴욕으로 가는 것이다.
이 아파트에는 한 동에 약 30세대가 거주하지만 서로의 유대관계가 깊은 것 같고 여기에 입주한다거나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그 동 전체 거주인의 사전 면접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니 돈이 있다고 다 들어 올 수도 없다. 주거인의 품위와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승용차 주차장도 각 동별로 되어 있고, 거주민이 아닌 외부차는 주차할 수 없다. 그래서 방문객의 차는 모두 도로가에 주차를 한다.
우리는 엊그제 저녁, 허드슨 강변에 있는 아름다운 레스토랑에 갔다. 바로 발밑에 거대한 허드슨강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의 대서양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었는데 마치 중국의 장강을 연상케 하였다. 바로 눈 앞에 그림같은 맨하튼의 스카이 라인이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서쪽이고 강건너 동쪽이 맨하튼이다. 강남에서 동부이촌동 쪽의 강변을 보는 느낌이지만 아파트로 가득찬 한강변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강 건너에는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며 록펠러센터, 링컨센터, 국제연합, 클라이슬러 빌딩 등 말로만 듣던 초고층 마천루들이 서로 어깨를 같이 하면서 하늘 위로 솟아 오르고 있어 한 폭의 거대한 그림과도 같았다. 밤이 되자 맨하튼의 야경은 환상적이었다. 특히 강변 부두의 조명은 멀리서도 휘황찬란했다. 맨하튼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장엄한 야경을 연출하면서 중앙에서는 꽃들이 만발한 것 같은 불야성을 이루는 거대한 불의 도시였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뉴욕 시내로 들어와 몇몇 명소에 들러 사진만 찍고 떠난다. 때문에 나처럼 뉴욕을 몇 번씩 왔어도 맨하튼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뉴욕은 세계의 수도나 다름 없다. 뉴욕은 맨하튼, 브롱크스, 퀸스, 브루클린, 스테이트 아이랜드 등 5구로 구성되어 있고, 총인구는 약 8백만 명이다. 백인이 280만명, 흑인이 190만명, 아시안이 80만명(한국인 12만명), 히스패닉이 210만명 그리고 인디안과 알래스카인 17만명을 포함한 타 인종이 30만명 정도다. 뉴욕주는 남한 크기보다 조금 더 크고 그중에서 맨하튼구는 서울의 1/7정도다. 맨하튼은 서울의 중구처럼 뉴욕 5개구 중의 한 구다.
뉴욕은 다양한 민족과 여러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적 색채에서 세계의 문화를 한 곳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뉴욕 중에서도 맨하튼구는 미국의 정치, 문화, 경제, 교육, 무역, 예술, 관광, 스포츠, 패션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명실공히 세계의 중심이다.
맨하튼은 서쪽의 허드슨강과 동쪽의 이스트강으로 둘러싸인 남북으로 기다란 섬이다. 지반이 단단한 암석지질이기 때문에 특히 남반부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들이 형성되어 있어 도시는 낮에도 어두워 보인다. 록펠러센터, 메디슨 스퀘어 가든,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라디오 시티홀, 카네기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들어 있는 링컨센터, 50년대 후반부터 세계 패션 문화의 중심지가 파리 몽마르트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소호, 지난달엔 헐리우드 톱 배우 윌 스미스가 22억짜리 고급주택 수준의 32평형 트레일러(이동 침실차)를 끌고 이곳 소호거리에 나타나 교통체증을 일으켰다고 해서 말이 많았다.
소호는 전세계 패션니스트들이 소호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는 패션예술의 중심지다. 일주일은 가져야 소호를 다 볼 수가 있단다. 이스트 빌리지, 그리니치 빌리지, 차이나 타운, 리틀 이태리, 할렘과 패션의 거리, 세계 보석의 중심지 티파니, 블루 노트, 세인트 죤 성당, 그리고 미국의 세계적인 명문대학 콜롬비아대학을 비롯해서 뉴욕대학, 쥴리아드 음대, 맨하튼 음대, 록펠러대학교, 그리고 센트럴 파크, 자연사박물관 등 세계적인 명소와 랜드마크들이 이곳 맨하튼에 들어서 있다.
남단의 패트리 파크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 한 눈에 보인다. 마치 서울 시청 앞의 경복궁처럼 맨하튼 중심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센트럴 파크는 그 면적이 여의도만한데 태고의 자태와 현대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지구상 최상의 공원이라 일컫는다. 그러한 장대한 공원이 도시의 중앙에 자리잡고 800만 뉴욕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 공원 북서쪽에 뉴욕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2층 규모의 거대한 공룡을 비롯해서 주라기시대의 모든 공룡들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유명하다. 입장료 대신 기부금을 내고 들어가는 곳이다. 공원 옆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330만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다.
미국 철강계의 거물이자 자선가인 솔로문 구겐하임이 수집한 피카소 등 미술품을 기반으로 설립된 구겐하임미술관은 미국 현대미술의 중심이다. 타임스 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맨하튼의 남쪽에는 거대한 차이나 타운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있지만 특히 뉴욕의 차이나 타운은 유명하다. 조금 지저분하기는 해도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수 많은 인파가 북적거리고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만물상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샹하이 만두가 유명하다. 한 접시만 시키면 3-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싸고 맛있는 만두를 쪼그려 앉아서 먹는 모습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곳에는 한국식품이 한국마트보다 더 저렴하여 한국인들의 인기도 높다.
맨하튼은 세계를 여행하지 않아도 세계의 모든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맨하튼에는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명소들이 수두룩하다. 브로드웨이 34번가에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엠파이아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 높이가 381m에 102층이다.
빌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수십 개에 이르고 67개의 엘리베이터가 각층을 연결하고 있다. 이 빌딩 안에서 근무하는 종사원들만도 18,000여명에 이른다.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후 이 빌딩은 다시 뉴욕 최고층의 자리를 되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전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이 타워에 올라가기 위하여 내부에는 끝없이 줄을 서고 있다. 어제 우리는 인파에 밀려 타워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 하고 밖으로 나왔다.
맨하튼의 명소들을 사진만 찍고 가려 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맨하튼에 있는 이 명소들의 건물과 시설들의 장엄함이며 정교함, 화려하고 예술적인 면모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실로 이러한 명소들은 인간에게 전해지고 있는 인류의 유산들로서 일생에 한 번은 구경해 볼 만하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한 가지 잊어서는 아니될 일이 있다. 이러한 유명한 대학,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 문화예술, 학술, 그리고 인재양성, 빈민구호를 위한 재단 등이 미국 부호들의 재산기부에 의하여 설립되었다는 사실이다.
맨하튼을 알려면 뉴욕의 스카이 라인을 보아야 하고, 맨하튼의 야경을 보아야 한다. 이를 보려면 허드슨강을 건너 포트 리에 와야 한다. 나와 절친한 광주의 한 성형외과원장님도 여러 차례 뉴욕을 다녀 왔지만 작년에 허드슨강 강변에 와서 맨하튼을 보고 나서야 맨하튼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했다고 실토 한 것을 들었다.
- 다음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