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0년, 되살아난 쌍둥이 빌딩
한국세무사회(광주) 국제협력위원장
남원시민신문 논설고문 서 호 련
2001년 9월 11일 금요일, 세계인들이 분노하고 통곡했던 그 비극의 현장. 2,753명이 사망했던 바로 그라운드 제로를 나는 10년째 되는 해에 다시 찾았다. 괴한들에게 빼앗기고 짓밟혔던 그 쌍둥이 빌딩은 의연하고 화려하게 그리고 나 보라는 듯 다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8월 24일 미국 뉴욕시립검시국이 10년 전, 이 빌딩에서 숨진 신원을 알 수 없는 주검에서 DNA감식을 통해 망자의 신원을 밝혀냈다. 그는 사망 당시 서른 살의 패기 넘치고 유망한 정보통신(IT) 전문가 어니스트 제임스였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제임스는 여느 때처럼 세계무역센터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탁 트인 전망을 내다보며 심호흡을 했을 그는 조금 뒤면 알카에다에 납치된 여객기 2대가 그 빌딩으로 돌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임스의 직장동료이자 약혼녀였던 모니크 키스는 <CNN>방송에서 “제임스는 사랑스럽고 대단한 유머감각을 가진 활기가 넘쳤던 청년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이제야 그의 신원이 밝혀져 기쁘고 뭔가 매듭이 지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잃어버린 약혼자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그의 유해는 10년 만에 그의 어머니와 누이동생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그날 숨진 2,753명 중 신원이 확인된 1,629번째 희생자로 기록된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도 1,124명의 금쪽같은 생명이 그 신원을 밝히지 아니한 채 외롭게 그러나 고고하게 잿더미 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령들은 프리덤 타워와 함께 자유와 번영의 첨병이 되고 있다.
9‧11테러 때 잃어버린 쌍둥이빌딩은 10년이 되는 지금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일명 프리덤 타워-로 다시 부활되어 현재 80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2013년 쌍둥이 빌딩이 완성되면 104층에 541m - 미국독립선언문이 발표된 연도를 딴 1,776피트 높이가 된다. 쌍둥이건물 유리벽은 햇살을 반사해 바로 옆 추모공원을 비춘다. 추모공원 한 가운데가 바로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 노스 타워, 사우스 타워 자리다. 그 자리에는 2개의 거대한 사각연못이 들어서게 된다. 추모연못의 네 벽면 동판위에는 현재 2,983의 이름이 새겨졌다. 9‧11테러와 그에 앞서 1993년에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다. 이름은 알파벳순이 아니라 생전 서로의 친분관계에 따라 배치돼 있다. 동판 옆에는 이름 검색기가 설치돼 있다.
추모연못 벽에는 빗물을 순환시켜 9m 아래로 떨어뜨리는 폭포가 설치돼 있는데 화학약품으로 처리돼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그날을 슬퍼하는 눈물인 양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연못물이 되어 뉴욕의 하늘을 담게 된다. 공원에 심어진 갈참나무는 가지를 옆으로 펴 계절 따라 다양한 색을 만든다. 그래서 훗날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공원은 도시의 번잡함과 테러의 아픔을 잊을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될 것이다. 9‧11의 기억은 땅 밑에서도 숨을 쉰다. 추모공원 아래 지하에 추모박물관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박물관 안에는 수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지만 입구에 통째로 놓인 18m 높이의 ‘강철기둥’은 세계무역센터를 지탱하다가 테러로 허리가 꺾였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추모공원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 수아니 조(44. 한국이름 조수아)의 바람은 이 공원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그래서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부하러 건너온 아버지를 따라 1975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다트머스대학(아이비리그)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뒤 뉴욕주립대학에서 예술사 석사학위를, 컬럼비아에서 도시건축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추모공원과 추모박물관 디자인공모전에서 당선된 이스라엘 출신의 건축 디자이너 ‘마이클 아라드’가 함께 일하자고 요청해서 샌프란시스코 교통과에서 대중교통디자인을 하고 있다가 2005년 6월에 합류했단다. 그도 말하기를 추모공원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은 한때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있었던 두 개의 거대한 추모연못이라고 했다. 그를 통해서 우리 한국인의 사랑과 숨결이 그 영혼들을 위로하게 되었다. 그날 쌍둥이빌딩이 유린 될 때 우리 한국인도 18명이나 함께 산화되지 않았던가?
9‧11 테러 이전의 이 센터는 110층 쌍둥이 건물로, 높이가 409m였다. 새로 선 보이는 이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 즉 자유의 탑은 541m 높이에 유리벽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역시 쌍둥이 빌딩으로 세계 최고의 높이다. 이 건물에는 건물전체 에너지의 20-40%를 담당할 에너지를 만드는 거대한 풍차가 장치되고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시키는 첨탑이 설치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이 완성되면 맨하튼의 하늘은 새로운 스카이라인으로 그려지게 될 것이다. 10년 전에 짓밟혔던 쌍둥이빌딩은 이렇게 우리들 품에 다시 안기게 된 것이다. 쌍둥이는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다. 그래서 쌍둥이의 이름이 프리덤 타워이다. 이 프리덤 타워는 이 세상에 자유와 평화를 훼손하는 그 어떤 세력도 준동하지 못할 것을 증거하게 될 것이다. | 
그룹 05 > 사설·칼럼 50 페이지
11-09-10 10:39: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