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사실이었다.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목포대 총장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만나 의대 유치를 논의했단다. 의대 정원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박 전 원내대표의 뜻대로 목포대에 의대가 만들어지려면 지역 의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와 교과부의 타깃이 서남대 의대 정원이라는 개연성은 매우 높다. 박 전 대표와 교과부 장관이 그리고 목포대 총장이 만난 뒤 교과부의 감사가 시작되고 서둘러 의대 폐쇄 쪽으로 몰아가는 모습에서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하다. 박 전 대표는 보건복지부 장관도 수시로 만나고 다녔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목포시도 발맞춰 유치위를 가동해 의대유치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여론전을 펴고 있다. 숨통을 조이는 것은 목포대만 아니다. 전남 순천대, 전북 군산대, 심지어 경남의 창원대 등도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남원의 강동원 국회의원은 나름 동분서주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교과부 장관 등과 만나 의대 유치를 논의했고, 이 만남이 서남대 감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한 중앙일간지 보도를 접하고 바로 다음 날 박 전 대표를 면담하고 항의했다. 박 전 대표에게서 “서남대 의대를 뺏으려는 의도가 아니다”는 해명을 듣기까지 했다. 그러나 초미니 정당 소속의 초선 의원인 그가 제1야당의 거물이며 정관계에 막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마당발’ 박 전 대표와 맞서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박 전 대표가 목포대 총장을 데리고 장관들을 두루 만나고 다니며 목포대에 의대가 생겨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고 다니고 있지만 강 의원은 지역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먼저 민주통합당 소속 이환주 남원시장과 강 의원이 사사건건 반목하고 있다는 것은 남원 정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두 사람의 다툼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남원에 큰 일이 터질 때마다 두 사람이 한 목소리로 단합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한 번도 내지 못한데서 엿볼 수 있다. 춘향제가 문화광광부 지원 축제에서 퇴출될 때도 이번 서남대 사태 때도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석에서 막말로 '뒷담화'한다는 후문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린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4일 국회에서 강 의원과 민주통합당 유성엽 의원(정읍 출신)이 주최한 토론회에 이 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원 두 명이 중앙부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라는 공간에서 연 자리였다. 남원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를 논의하는 장이었지만 이 시장은 남원시에서 000급 공무원을 파견했을 뿐 불참했다. 서남대 의대는 의료계 전반의 관심사이기도 해 의대 관계자, 관련 언론인들도 참석해 있었다. 게다가 서남대 의대 폐교를 주장하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대응하는 성격의 자리이기도 해 주목을 받은 자리였다. 게다가 크고 작은 지역 행사에서 남원시가 강 의원을 푸대접해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터라 지역민들과 서남대 학생들은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목포시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서남대 의대가 없어지고 서남대가 빈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지역 정치인들은 정쟁만 할 것인가? 두 사람, 특히 이환주 남원시장은 서남대, 특히 의대 정원을 지키기 위해 민주통합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남원 시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중앙무대에서 뛰고 있는 강 의원을 어떤 면에서 지원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길 바란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도 알려주길 바란다. 앞으로 어떻게 서남대를 지켜내고 어떤 식으로 남원시민의 중지를 모을지도 남원시민들은 궁금하다.
강 의원도 좀 더 분발하길 바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권한다. 토론회 등을 여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남대 의대와 설립자 이홍하씨의 원죄가 많아 토론을 하면 참 많이 밀린다. 게다가 강 의원은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이 주최한 서남대 의대 관련 토론회에서 사회자로부터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잘못 불리는 굴욕을 당한 적이 있다. 그만큼 존재감 없는 정당 소속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시시각각 서남대 의대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마당에 체면은 잠시 접어두자. 퍼포먼스라고 비판 받더라도 국회 기자들이 모여 있는 국회 ‘정론관’ 브리핑실에서 삭발이라도 감행해야 한다. 중앙 지방언론 가리지 않고 최소한 좋은 사진거리일 것이다. 그만큼 남원이 절박하다는 것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 정도 각오도 없이 현재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 의원에게 지금 남은 것은 오로지 ‘깡’ 뿐 아니던가?
세계일보 조사위 이 태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