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바다4. 이순신과거북선
남원 언론문화재단 감사 서호련
이순신 장군은 2년간의 백의종군을 한 뒤 45세가 되던 12월 정읍현감으로 발령을 받았다. 요즈음 직위로는 군수직위지만 그때는 행정과 사법을 관장하는 사또로서 백성을 사랑으로 이끌고 각종 재판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니 백성들은 오랜만에 두 다리 쭉 펴고 살게 되었다고 칭송이 자자했다. 현감이 된지 일곱 달 만에 종6품에서 종3품인 고사리첨사로 승진하게 되었다. 그해 8월에 다시 만포첨사로 발령을 받았으나 별안간 벼슬이 너무 많이 뛰어 오른다는 대간들의 반대로 벼슬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부하고 다니는 성미가 아닌데다가 첨사시절 상사들에게 바른말을 하다 미움을 산 영향이 컸다.
이순신이 나이 47세가 되던 해 2월, 정읍현감으로 부임한지 13개 월 만에 전라도 진도현령으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진도로 부임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가리포첨사로 또다시 발령이 났다. 이번에도 이순신은 가리포로 부임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발령장이 내려왔다. 전라좌수영의 수사로 임명된 것이다. 정3품으로 승진한 이순신이었지만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한자리에서 발령이 5번이나 바뀐 것이다. 전라좌수사는 오늘날 전라도지방의 해군작전참모쯤 된다.
이순신이 시기와 모함을 이겨내고 전라좌수사 자리에 앉게 된 데는 어릴 적부터의 친구인 유성룡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좌의정(지금의 부총리)으로 있던 유성룡은 이순신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조정의 간신배와 동‧서인 당파싸움 속에서도 청렴 강직한 이순신을 천거했을 것이다. 후에 유성룡은 그의 징비록에서,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고 용모가 단정하여 근신하는 선비와 같으나 안으로는 큰 담기가 있었다.’고 쓴 바 있다.
선조 25년(1592)의 임진왜란은 조선의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참혹한 전쟁이었다. 도성은 불바다가 되고, 임금은 북녘 의주땅까지 피난을 갔다.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은 회령에서 왜장 가등청정에게 포로로 잡혔다. 게다가 명나라에서 온 심유경은 평양을 점령하고 있던 왜군장수 소서행장과 영토분할을 협의하고 있었다.
죽음으로 진주성을 지킨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 행주산성 ‘권율 장군‘, 그리고 의병장 ’곽재우 장군‘을 비롯하여 수많은 민초들이 왜적을 상대로 싸우다 죽어가고 있었다. 1591년 이순신은 좌의정 유성룡의 추천으로 47세에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임명을 받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의 일이다. 이순신이 수군절도사가 되었다는 것은 하늘이 유성룡을 통하여 이 나라를 살리고자 주신 은혜였다. 여수본영에 부임한 이순신은 불철주야 군사를 훈련하여 전쟁에 대비하는 한편 거북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별들이 하나둘 나타날 때, 바닷가를 순찰하던 부하 장수 송희랍은 웬 사람이 목선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가 다름 아닌 이순신 장군이었다.
“장군님, 병이라도 나시면 어찌하시려고요? 어서 침실로 드십시오. 바람이 차갑습니다.”
장군은 깊은 사색에서 깨어나 머리를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이 몸이 귀중한들 나라의 운명보다 더 귀하겠소? 내 걱정은 말고 그대나 가서 쉬시게!”
송희랍은 홀로 발길을 돌리다가 장군의 옆에 떨어진 종이를 발견하였다. 그는 슬그머니 그 종이를 펼쳐보니 거기에는 거북 같은 그림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거북선이었다. 얼마 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이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들어 낸 것이다.
그룹 05 > 사설·칼럼 34 페이지
13-11-09 12:5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