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도 처벌되는 신데렐라법을 아시나요?
남원경찰서 중앙지구대 순경 신희선
지난 2일 17시간 동안 테이프로 묶어 놓고 때리다 6세 여자아이가 사망하자 불태우고 방망이로 유골을 부순 포천 입양 딸 사건을 분노로 지켜봐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만큼 아동학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방법 또한 나날이 잔인해져가고 있다. 누구나 신데렐라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새엄마에게 미움을 받던 아이. 그럼 신데렐라 법은 알고 있는가? 꼭 때리지 않아도 계속 째려본다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투명 인간처럼 방치하는 등 자녀에 대한 고의적 무관심과 애정 결핍까지 범죄로 간주하는 법이다.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감정적으로 학대를 받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2014년에 만들어졌다. 알콜과 마약에 찌든 엄마가 4살짜리 아이를 굶겨 죽이는 가슴 아픈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다른 나라 또한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하지만 영국처럼 감정적인 부분을 디테일하게 법적으로 규정화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기존의 법은 폭력을 가하거나 고통, 상처를 방치했을 때만 형사적 처벌을 할 수 있게 하는 물리적 상처만 학대로 봤지만 이법을 계기로 2014년 심리적 피해까지 확장한 것이다. 즉, 오랜 기간 무시하고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 감정적 발달에 피해를 주는 만큼 엄히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정서적 학대는 폭력이란 인식이 낮다. 아동학대로 아이를 죽여도 평균 7년만 살면 나온다는 주장이 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 판결 31건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되는 것은 단 5건 뿐이다. 피해아동의 평균연령은 고작 5.7세였는데 말이다. 반항조차 어려울 만큼 어린 나이다. 포천 입약 딸 사건에서도 6살 피해자는 꽁꽁 묶일 동안에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고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표현 자체가 추상적이고 애매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은 최대 3년 , 영국은 최대 10년의 징역이다. 또 실제 사건을 보면 정서적 학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복 학대라고 해서 신체적 학대나 방임에 정서적인 학대가 인지되어야 간신히 처벌된다. 지속적인 정서학대가 신체적 학대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인식을 바꿔서 제도를 바꿀 수도 있지만 제도를 바꿔서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로 아동 보호 기관들은 정서적 학대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육체적 부모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정서적인 부모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으로 파티에도 참여하고 왕자도 만나 행복할 수 있었지만 현실 속 신데렐라는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리고 비참하게 사건으로 뉴스 속 주인공이 될 뿐이다. 영국의 신데렐라 법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최소한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할 수 있는 한국판 콩쥐팥쥐법이 생겼으면 바라는 바이다. 엄격하고 단호한 처벌과 법이 필요한 이유는 앞으로 포천 입양 딸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이 필요하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들고 있는 매가 폭력의 매인지 사랑의 매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그룹 05 > 사설·칼럼 34 페이지
16-10-20 11:3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