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촌조성과 이감사의 풍화
남원문화원부설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우리속담에 이감사풍화(李監司風化)라는 말이 있다. 원래 풍화란 교육이나 정치의 힘으로 풍습을 잘 교화(敎化)시킨 요즘 정화운동이나 새마을 국민정신교육, 의식개혁운동이 풍화에 해당된다.
이감사풍화의 이 감사는 한말에 강원도와 함경도의 관찰사를 지냈던 이규완(李圭完)이다. 그는 검약, 근면, 자조, 협동만이 우리나라가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풍화를 시도한 분이다.
그는 관찰사의 행정력이나 제도로써 이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본인 스스로 실천한 것뿐이다. 이 감사는 퇴청하면 촌부의 차림으로 손수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왔다. 하루는 나무를 하러 가는데, 행군하던 병사들이 앞 다투어 배낭을 벗어 촌부의 지게에 얹고는 노인 집이 어디냐고 한 병사가 물었다. 이 감사는 연대장관사 옆집이라고 대답했다. 연대장관사 옆엔 관찰사 관사밖에 없는지라 이 병사들은 줄지어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또한 가는 곳마다 친상계(親喪契)에 들어 초상이 나면 손수 상여를 메곤 하였는데 상여 멘 관찰사란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바쁜 농사철에 장기를 두거나 노름을 하고 있으면 거름 짐을 지고 가다가 비틀거리며 쏟아 버리고 돈 많은 유지들이 기방에서 놀고 있다는 전갈을 받으면, 인분을 손에 묻히고 기방을 찾아들어가 술을 권하고 손으로 안주 집어 주며 판을 깨곤 했다. 어찌 풍화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사이 위정자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너무도 위풍당당한 모습에 시민들은 위축된다. 민주화시대 지금은 조금은 달라졌지만 조선조 5백년, 일제 36년 동안 관에서 민에게 베푼 것이라고는 거의 없고, 뜯어만 갔던 시대가 있어 지금도 반관(反官)의식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공무원이 시민 속에 뛰어들어 시정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창조적 아이템을 가지고 시민 앞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솔선수범해야 하며 사심이 없어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최상의 행정서비스 제공과 친절, 봉사행정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살기 좋은 고장 발전하는 고장이 된다.
지난 6월 10일 남원시는 광한루원 뒷편에 조성중인 남원예촌의 예촌길 조성사업 기본 실시설계 및 자문위원회를 구성 착수보고회 개최를 하였다. 위원장을 맡은 남원시장을 비롯해 시의원 3명, 행정공무원 8명, 주민대표 2명, 대학교수 등 전문가 13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었고 첫날 착수보고회에 21명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예촌의 주인이며 남원의 정서와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 주민이나 문화단체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지역 주민은 소외감이 든다.
지역의 중요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펼치는데 그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예촌 자문위원 구성을 보면 전문가 13명 중 4명을 제외한 사람이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집을 짓는데 그 집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설계한다면 그 누가 이해할 수가 있을까? 1차 숙박동이 들어서는 예촌을 보면 남원지역 한옥이 가지고 있는 건축양식이나 특성들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결국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양식의 한옥으로 지역적인 것은 찾아 볼 수 없는 한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한옥이라고 자평하는 것을 보면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주인 없는 공사가 없다는 말이 있다. 남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침체된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되는 예촌 조성사업에 많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참여를 가로막는 자는 누구인가 알고 싶다. 남원시 발전에 관심을 쏟고 있던 대부분의 지역 인사들이 시정에 원망스러움을 토로한다. 예촌이 어떻게 가꾸어지고 남원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지 많은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있다. 시당국에서는 예촌사업이 남원을 기사회생하는 큰 사업임을 명심하고 특정인들만 초대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핀란드 헬싱키 도시 디자인위원회는 유치원 어린이부터 노인계층까지 도시발전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의견을 청취한다는데 우리도 배워보자.
남원예촌을 설계함에 있어 타 지역 한옥촌을 벤치마킹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현금에 이르러 벤치마킹하는 기업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 철칙이고 성공하는 기업은 남의 것을 벤치마킹하지 않는다.
우리고장 특성을 살린 창의적인 아이템이 있어야 성공한다. 남원은 한국 고전문학의 요람임을 명심해야 한다.
춘향전에 나오는 암행어사 시한수가 오늘 남원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놓는다. 선진국가로 발돋움하는 오늘의 한국인, 그리고 남원지역 인사들의 그 모습은 어떠하며 남원 사회의 실상은 어떠한지를 눈을 크게 떠서 살펴보자. 어디가 어두우며 어디가 밝은가? 펴진 곳은 어디고 구겨진 곳은 어디인가? 시민도 지역사회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침체된 우리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화합을 가로막는 이기주의와 반목과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정책 결정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많은 목소리를 듣고 이를 시정에 방영하는 노력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그룹 05 > 사설·칼럼 29 페이지
15-06-25 14:4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