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의 성지 만복사지와 한국인의 미소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미소는 소리 없는 국제 언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 사람은 미소에 미숙하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는 우리속담도 있다. 우리 국민은 세계적 위상을 보다 높이기 위해 코리안 스마일을 탈피하고 국민 미소 운동(국민 표정혁명)에 앞서 나갈 때라 생각한다.
서양 사람은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다면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하려 든다. 반면 한국 사람은 동행자와 담소하며 걷다가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긴장한 얼굴로 표변시켜 고개를 숙인다. 웃으며 인사하는 것은 전혀 허물없는 사이 아니고는 실례가 되거나 허튼 사람이거나 싱거운 사람, 심하면 ‘정신없는’사람이 되고 만다. 이처럼 에티켓 스마일에도 국가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 500연 년 전 이탈리아의 화가이며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모나리자의 미소(微笑)를 그려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피렌체의 빈민 출신으로 화가, 군사, 토목 등의 경력을 쌓은 후 프랑스 왕조에 6년간 초빙되었다. 예술 활동에서는 회화에 모나리자의 미소, 최후의 만찬 등 많은 걸작품이 있다. 그 중에 모나리자의 미소는 1503년 작으로 목판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높이 77㎝에 폭 53㎝이며 4년이란 장구한 시간을 소비하고도 미완성작품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인류가 남긴 최고의 예술품의 하나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이 그림의 주인공은 입술을 다문 채 풍기고 있는 알쏭달쏭한 미소는 여성의 신비를 담고 있고 보면 볼수록 살아있는 입술같이 사람의 마음을 끈다.
그 미소는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쓴 웃음도 아니며, 그리움이 뒤에 숨은 듯 하면서 미움의 감정이 깃들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슬픔을 뒤에 감춘 미소 같기도 한 걷잡을 수 없는 복잡성을 가졌다.
그것은 단적으로 여성의 수수께끼를 보여준 것으로 원시 이래 그 수수께끼를 화폭위에 표현한 것은 오직 다빈치뿐이라고 한다.
유럽에는 대리석 문화유산이 많고 한국에는 화강암 문화유산이 많다. 특히 남원에는 공예탑으로 이름 난 백장암 3층 석탑(국보10호)을 비롯 많은 화강암 문화유산이 보물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고려시대 창건된 만복사지는 우리나라 고전소설의 성지로써 사랑의 고장 남원의 이미지를 높여주고 춘향전과 더불어 한국을 빛내고 있다. 이런 한국 고전 소설의 성지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심히 우려스러운 마음이다. 만복사지에는 한국인에 미소, 남원의 미소라고 말 한 한 쌍의 단간 석인상이 있었으나, 1기는 결실되어 머리만 남았고, 1기도 차에 부딪혀 머리가 동강 났으나, 다시 붙여 만복사지로 옮겨 세워 놓았다. 이 만복사지 석인상은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미소와 대조되는 작품이라 불러오고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여성의 미소라면 만복사지의 석인상의 미소는 남성의 미소라고 말한다. 키는 3m75㎝이며 당간지주 형으로 남의를 걸치고 얼굴은 살짝 돌려 웃음을 짓고 있다. 만복사가 융창하던 때 조선조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이곳 만복사에서 우리나라 한문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금오신화 중 하나인 만복사저포기를 저술하였다.
만복사저포기는 부처님과 만복사에 기거하는 노총각의 저포놀이를 묘사하면서 “생자와 사자,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 속에는 남원의 민속 문화가 펼쳐있고 남녀사랑과 지역발전을 위한 만복사탑돌이가 소개되어 있다.
남원시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사랑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사업부터 하여야 한다. 만복사는 정유재란 때 소실된 뒤 지금까지 복원하지 못하고 있음은 국가적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만복사지는 사적 349호로 지정되어 있고 보물 4점이 보전되고 있으며 석인상은 아직껏 비지정 문화재로 남아있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 한국인의 미소(남원의 미소)라 불리는 석인상의 가치를 찾고 만복사지가 하루빨리 복원되어 한국 고전의 성지 위상을 높였으면 한다.
그룹 05 > 사설·칼럼 26 페이지
18-12-26 20: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