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칠석과 오작교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음력 칠월칠일(8월 13일)을 흔히 칠석(七夕)날이라 한다. 칠석에는 「칠성단(七星壇)」을 쌓고 칠성제(七星祭)를 지내기도 한다. 이날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1년 동안 그리워하다가 까치와 까마귀가 놓아준 오작교(烏鵲橋)를 통해서 만난다는 전설이 있다. 칠석날 아침에 비가 오면 견우, 직녀가 서로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린 것이라 하며 저녁 때 비가 오면 다시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때 내리는 비를 슬픔의 눈물이라고 한다. 칠석날 세상에는 까마귀와 까치가 하나도 없으며, 어쩌다가 있는 것은 병들어 오작교를 놓는데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춘향의 고장 남원에는 칠월칠석 연인들이 만나는 다리 오작교가 있고 지상의 월궁 광한루원이 있다. 오작교는 선조 15년(1582) 남원부사 장의국이 삼신산과 더불어 조성하였으며 현재 폭 2.8m, 길이 58m 네 개의 구멍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홍예(虹霓) 다리이다.
옛날 하늘에는 옥황상제의 딸 직녀와 미천한 소몰이꾼 견우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였는데, 이를 알게 된 옥황상제가 몹시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밖에서 소를 몰고, 직녀는 베를 짜도록 한 뒤 일 년에 한 번 다리도 없는 은하수에서 만나도록 하였다. 이들의 만남이 너무나 애달파서 칠월칠석에는 지상의 까치와 까마귀가 모두 은하수로 올라 다리를 놓아 견우와 직녀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이 때에 견우와 직녀가 흘린 눈물이 비를 이루어 세상 사람들은 칠석날이면 까치와 까마귀를 볼 수 없으며 비가 온다고 생각했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은 신분의 벽을 넘은 이도령과 성춘향의 사랑과 흡사하며 오작교는 연인들이 사랑을 맺는 가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칠월칠석은 사랑하는 남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사랑을 구가하는 날이다. 선남선녀가 오작교에서 사랑을 맹약하고 춘향사당에 들러 배례하면 백년해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근래 견우직녀 축제를 열고 있는 대전시에서는 대전엑스포 시민광장에서 8월 10일에서 11일까지 2일간 칠월칠석 축제를 8회째 열고 있다. 올해에도 한국 연인의 날을 기념하고 한여름밤 사랑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견우직녀 축제를 한다. 사랑과 만남의 시간여행이라는 주제 하에 견우직녀의 만남,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전통적 러브스토리를 그려낸다. 첫날에는 설화와 현대의 만남 ‘견우직녀 콘서트’와 견우직녀 재회를 축하하는 ‘사랑의 불꽃놀이’가 진행되며 다음 날에는 결혼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는 ‘리마인드 웨딩쇼’와 공개오디션을 거쳐 진행되는 견우직녀 가요제 및 축하공연이 열린다. 청춘남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사랑더하기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연인을 위한 프러포즈 이벤트 및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칠석 물맞이, 꼬꼬마 견우직녀 잔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2007년 8월 18일에서 19일까지 남원시에서도 칠석 페스티벌을 광한루원, 춘향테마공원, 사랑의 광장에서 열린바 있다. 사랑의 남원 알리기, 내사랑 얼굴 빚기, 사랑의 답교놀이, Long kiss 커플대회, 사랑가 따라 배우기, 전통의상 입기와 이벤트 행사로 곤장체험, 페이스페인팅, 커플 보트 타기 등 다양한 행사로 춘향제 버금가는 젊은이의 향연이 있었다.
좀 더 발전시켜 한국 제일의 칠석 페스티벌로 가꾸기 위해서는 주제가 살아있는 행사를 해야 했다. 먼저 전국의 사랑하는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공모하고 사랑의 전서를 만들어 그분들을 초대하여 오작교에서 재회하고 춘향사당에서 배례하며 ‘맹약의 단’에서 사랑을 맹약하는 행사가 행하여 진다면 춘향제와 더불어 한국 제일의 사랑의 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오작교 설화는 누구나 다 알지만 오작교가 지상에 재현되어 사랑하는 남녀가 찾아들어 답교놀이를 하는 곳은 남원 뿐이라 생각한다.
달나라 월궁을 지상에 재현한 광한루원, 월궁 선녀가 오르내렸다는 정토 승월대와 오작교, 신선이 놀았다는 삼신산이 있는 남원, 이러한 훌륭한 관광자원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축제는 민관이 좀 더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영구 노력하지 않으면 주민의 호응과 차원 높은 행사를 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