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바다11-2. 이순신의 꿈과 책자점
남원언론문화재단 감사 서호련
난중일기'의 꿈 기록은 일기를 쓴 기간을 기준으로 평균 40일에 1회 정도 나오는데 꿈 기록이 많이 나오는 해는 1597년(18회)과 1594년(10회)였다. 특히 1597년은 백의종군, 원균의 패전,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 등 비극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난 해였고, 이순신 장군은 이 사건들과 관련된 꿈을 꿨다.
반면 강화 회담으로 전투가 거의 없었고 삼도수군통제사로 최고의 자리에 있던 기간인 1594년 2월부터 1595년 2월까지는 상징적인 꿈을 많이 꿨다. 대표적인 꿈이 '붉고 푸른 용이 화룡이 되다'다."1592년 2월9일. 서남쪽 사이에 붉고 푸른 용이 한쪽에 걸렸는데 그 형상이 굴곡져서 내가 홀로 보다가 이를 가리키며 다른 이들도 보게 됐지만 남들은 볼 수 없었다. 머리를 돌린 사이에 벽 사이로 들어와 화룡의 모습이 되어 있었고 내가 한참동안 어루만지며 완상하는데 그 빛과 형상의 움직임이 특이하고 웅장하다고 할 만했다." 벽화가 된 용을 혼자 감상하는 이 꿈은 이순신 장군의 은폐된 정치적 욕망이 표현돼 있다고 해석한다. 을 상징하는 꿈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그런가하면 이순신은 점을 쳐서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평범한 인간이기도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이순신은 아내와 아들, 자신을 믿고 지지했던 유성룡이 아플 때도 척자점을 쳐서 병세가 나아진다는 것을 맞췄고, 전투의 승패와 자신의 운명에 관해서도 점을 쳤다. 척자점은 네 면에 각각 1, 2, 3, 4를 새긴 하나의 나무 막대인 윤목을 던져 괘를 만들고 괘를 찾아 길흉을 확인하는 점이다.
충무공이 꾼 꿈은 공적 꿈이 46.5%로 사적인 꿈(30.2%) 보다 많았다. 왜적의 침입을 예고(1592년 5월 28일, 1593년 8월 25일)하고 영의정 류성룡과 나라를 걱정(1593년 8월 1일)했다. 이순신은 사적인 꿈도 공적으로 해석하고 심상치 않으면 군대를 움직여 대비했다. 아들을 얻는 꿈(1593년 7월 29일)을 ‘포로로 잡혀간 사람이 되돌아 올 것’으로 해석했다.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이 왜적 출현(1592년 5월 28일)을 알리자 실제로 출전을 준비했다. 충무공은 이와 관련해 “장수를 거느리고 노량 해상에 이르니 적이 과연 와 있었다”고 적었다.
임진(壬辰, 1592)년 5월, 사천해전이 발발하기 이틀 전의 일이다. 5월 27일 밤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이순신은 신비로운 꿈을 꾼다. 꿈속에서 신령님 같은 노인이 나타나 이렇게 외쳤다. “일어나라! 왜적이 나타났다.” 이순신은 벌떡 일어났다. 이 때, 경상우수영으로부터 도와달라는 급한 보고가 날아들었다. 5월 29일 새벽, 거북선을 앞세운 이순신의 함대는 사천을 향해 기운차게 진격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3일간의 해전 끝에 왜군 함선 13척을 격침시키고, 왜군 2,600여 명을 사살한다.
노모의 죽음을 알리는 꿈을 꾸다 정유(丁酉, 1597)년 12월에 일본은 대군을 동원하여 조선을 다시 침략해온다. 정유재란이 발발할 즈음 이순신은 누명을 뒤집어쓰고 파직 당한다. 서울로 잡혀 올라온 이순신은 옥에 갇혀 한 차례 고문을 받는다. 다행히 풀려나지만 백의종군하라는 명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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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7 17:1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