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적벽대전- 주유와 아사다 마오
남원언론문화재단 감사 서호련
주유는 적벽대전이 끝나면서 제갈량을 그대로 두면 큰 화근이 되리라 믿고 그를 죽이려고 시도 했지만 제갈량은 미리 알고 대기 해둔 쪽배를 타고 유유히 도주 했다. 주유는 죽음에 임박해서 '하늘이시여 주유를 내시고 왜 또 제갈량을 내셨습니까 ?“ 하고 탄식하면서 피를 토하고 쓸어 졌다.
2010년 벤쿠버 에서의 연아와 아사다의 열전은 한편의 영웅 서사시였다. 아름다움과 기술을 동시에 뿜어내야 하는 피겨 스케이팅 종목- 일생의 라이벌인 두 소녀- 더욱이 한국과 일본의 대전 이었다. 그들은 1990년 9월 같은 달에 태어난 동갑내기(24세) 스케이터로 주니어 시절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경기 훨씬 전 연아는 그의 일기장에 "왜 하필 아사다와 같은 시대에 태어 났을가" 라는 강한 번민을 적었다고 한다. 아사다가 삼국지를 읽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필시 그 역시 주유처럼 "하늘은 아사다를 내시고 왜 또 연아를 내셨습니까" 라고 탄식 할만 했다.
삼국지에서 두 영웅을 뽑으라면 단연 제갈량과 주유이다. 주유는 일명 문(文) 무(武) 겸장 이다. 실제로 제갈량은 文으로는 주유에 앞섰지만 武 의 경우 주유가 훨씬 앞섰으며 특히 해전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 갈 자가 없었다. 적벽전투도 대부분 주유가 진두지휘했으며 제갈량은 단지 유비와 손권, 즉 촉과 오나라의 동맹을 맺는 전략에 성공 했을 뿐이다. 실제로 적벽대전은 조조와 주유의 싸움이었으며 화공법도 주유. 방통 그리고 제갈량의 합작품 이었다. 전장에서 장수들을 직접 이끌며 지휘하는 지략과 전략을 함께 갖춘 충성과 우정의 주유를 삼국지 정사에서는 제갈량 못지않게 평가 하고 있다.
그러나 천하의 영웅 주유였지만 유비전 에서 입은 독화살 상처로 36세의 꽃다운 나이로 요절 했으며 죽기 전 “하늘이여 주유를 내셨거늘 어찌 제갈량을 또 내셨나이까. 라고 외치면서 쓸어졌다. 주유가 죽었을 때 손권과 장수들은 슬피 울었고 제갈량은 하늘의 별 자리를 보고 주유의 죽음을 미리 알았다. 그리고 그는 오 나라에 문상을 가서 조사(弔辭)를 읽었다. "그대 살았을 적의 빼어난 기상과 넓고 높은 인품을 생각 하노라. 이렇듯 뜻밖에 피를 흘리고 세상을 떠난 그대를 슬퍼하며 우노라. 그대는 충의의 마음과 영웅의 넋이 서린 기품을 지녔고 몸은 비록 서른여섯(36세) 에 명을 다 했으나 그 이름은 백세에 이르리라. 그대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 창자가 끊어지고 간담을 칼에 베인 듯 아프오. 하늘은 빛을 잃어 어둡고 삼군은 애처러울 뿐이니 주군은 슬피 울고 벗들 또한 눈물이 그치지 않는구려."라 했다.
아사다 마오 그리고 연아- 100년에 한번 나올가 말가 하는 두 천재가 동 시대에 태어난 것을 모두가 탄식 한다. 옛날 같으면 동양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스케이팅 종목- 그들이 함께 출전 할 때마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난리를 쳤다. 그들의 대결은 양국의 자존심을 건 한 판의 싸움 이었다. 그들은 2008-10년까지 세 차례 서로 번갈아가며 세계 피겨 선수권의 정상에 올랐고,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연아가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아사다는 은메달을 땄다. 그 뒤 아사다는 계속 부진하여 몰락의 직전까지 다다랐지만 와신상담, 극적으로 기사회생 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6일, 드디어 마오는 운명의 결전지, 러시아 소치에 도착했다. 공항은 마오를 보려는 팬들과 취재진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편 연아도 13일 소치에 도착했다. 한밤 공항은 200여 취재진들과 함께 피겨여왕의 행차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연아는 말했다. “나는 이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2014년 2월 20일, 1차 적벽대전 싱글 쇼트 프로그램 윤곽이 들어 났다. 아사다, 그의 장기였던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한스럽게도 16위 로 떨어졌다. 연아는 74.9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1일 새벽 2차 최후의 적벽대전에서 아사다는 총점198.22로 6위, 그리고 연아는 총점 219.11로 2위. 은메달 을 획득했다. 최후의 승자는 연아도 아사다도 아닌, 17세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였다.(김연아 은메달에 세계의 많은 네티즌들이, 일본의 네티즌들 까지“이것은 푸틴의 정치적 승리다. 러시아의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됐다. 소트니코바의 프리 점수는 용납할 수 없다. 분명 점수로는 김연아나 아사다 마오가 높아야 했다. 역사상 최악의 편파판정이며 명백한 스캔들이다"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것이 세상인것을! 이 대전을 끝으로 연아, 아사다 모두 19년여 선수 생을 모두 마감하고 피겨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미 주유는 적벽대전이 끝나고 난 뒤 < 그 누구도 승자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정확히, 주유의 말대로 최후의 대전에서 연아도 아사다도 승자가 아니었다. 승자는 러시아가 된 꼴이었다. 여하튼 이제 연아와 아사다의 통한의 10년 대전은 끝났다. 연아 그리고 아사다 야, 행여 주유처럼 화병을 앓고 눞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그대들의 우정 영원하길 바란다. 그게 스포츠맨십이 아닌가?
그룹 05 > 사설·칼럼 11 페이지
14-02-21 10:2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