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바다 11. 이순신의 꿈現夢과 척자점擲字占(1)
남원언론문화재단 감사 서호련
이순신에게 꿈이란 무엇일까? 영웅의 꿈, 비범한 인간의 잠재의식은 우리와 어떻게 달랐을까? 영웅의 내면을 이해하고 싶던 역사비평가 박종평씨가 그의 저서에서 분석한 이순신의 꿈은 《난중일기》에 실린 40개, 조카 이분이 쓴 이순신의 첫 번째 전기인 《행록》에 나온 5개이며, 이순신이 친 점은 《난중일기》에 실린 17회, 《행록》에 나온 1회다. 상징적이고 계시적인 꿈, 출세와 욕망, 분노와 불안한 심리 등이 반영된 꿈은 이순신의 ‘진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순신의 꿈은 현실의 축소판이자 미래의 청사진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의 운명, 부인의 안부에 관해서도 꿈을 꾼 이순신은 점을 쳐서 자신의 미래와 주위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척자점을 쳐서 아내와 아들, 유성룡의 병세가 나아진다는 것을 맞췄고, 전투의 승패와 자신의 운명에 관해서도 점을 쳤다.
역사 비평가 박종평씨는 ‘이순신, 꿈속을 걸어 나오다’ 라는 그의 책과 논문 ‘난중일기 속의 꿈과 척자점(擲字占·일종의 윷점)으로 본 인간 이순신’에서 난중일기 전체 1614일의 기록 가운데 나타난 40개와 이순신을 곁에서 지켜보았던 조카 이분이 남긴 이충무공 행록의 3개 등 모두 43개의 꿈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이 충무공은 인생의 부침이 많았던 1597년 18회(41%)로 가장 많은 꿈을 꿨다. 그해 2월 부산 출전 거부, 3월 삼도수군통제사 파직, 4월 백의종군, 5월 어머니 사망, 7월 원균 칠천량해전 패전, 8월 삼도수군통제사 복직, 9월 명량해전, 10월 둘째 아들 전사 등 길흉이 연속됐다.
그 중에 한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1594년 11월 8일. 새벽에 잠깐 비가 뿌리더니 늦게 갰다. 배 만들 목재를 운반해왔다. 새벽에 꿈을 꾸었다. 영의정이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고 나는 관을 벗고 있었다. 함께 민종각의 집으로 가서 이야기하다가 깼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저자 박종평씨는 는 이순신이 관을 벗고 있었다는데서 이순신에게 닥친 어떤 신분상의 위기를 가리킨다고 했다. 실제로 이 꿈을 꾼 4일 뒤인 12일 선조에게 이순신과 원균의 갈등 문제가 보고되어 공론화되었다. 선조는 신하가 자기보다 백성들에게 더 인기 있는 것을 못 보는 옹졸한 임금이었다. 이 때 선조는 원균은 공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반면 이순신은 공을 과장한 비겁한 장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9일에는 장문포 해전에 관해 윤두수와 권율, 이순신이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경상도 관찰사 홍이상의 치계가 선조에게 올라왔다. 이를 보고 선조는 무겁게 다스리라고 전교한다. 다만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이순신을 잡아다 심문하라는 것까지는 반대하고, 이순신과 원균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원균을 충청 병마절도사 선거이와 맞바꾸라고 하는 것에서 그쳤다. 이순신에 대한 선조의 불신이 아직 초기 상태라 이 정도에서 끝났던 것 같다. 선조는 이순신에 대하여 시샘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극에 달해 이순신은 심한 고문을 받고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다가 백의종군으로 풀려나왔다. 사실 선조는 이순신을 죽이고 싶었지만 일부 신하의 간곡한 반대로 백의종군으로 풀어준 것이다. 선조의 다음과 같은 지시에서 선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신하로서 임금을 속인 자는 반드시 죽이고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끝까지 고문하여 그 내막을 밝힌 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대신들에게 물어보도록 하라.”
꿈에서 말하는 영의정은 이순신의 후원자 서애 유성룡을 말한다. 만약 유성룡이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적극 추천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래서 임진왜란이 발발하였을 때 이순신이 남해에 없었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런데 그 유성룡이 그 다음날인 13일 병으로 영의정에서 물러나온다.
유성룡은 문신이지만 군사 지식도 풍부했다. 1592. 3. 5.자 일기에서 이순신은 “좌의정 유성룡이 편지와 함께 [증손전수방량]이라는 책을 보냈다. 책을 보니, 해전과 육전, 불로 공격하는 방법 등에 관한 것이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저술이다” 라고 쓰면서 유성룡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1597년 10월 14일 (辛未)에 꾼 꿈이다.
맑다. 새벽 2시쯤에 꿈에 내가 말을 타고 언덕위로 올라가는데 말이 발을 헛디뎌서 냇물속에 떨어지기는 했으나 쓰러지지 않았으며, 끝에 가서는 아들 면이 나를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깼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실로 이순신의 꿈은 현실로 나타났다. 아들 면의 전사소식을 들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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