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紙碑)라도 새겨 보련다
남원문화원 원장 이병채
비(碑)라 함은 사적을 후세에 영원토록 전하고저 돌이나 쇠붙이에 글을 새겨 세워놓은 돌비는 흔하지만 종이비는 한글사전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필자가 만들어낸 말이다. 종이비란 종이에 사람의 업적을 기록하는 것을 종이비(紙碑)라고 표현해 본다.
선정, 선덕, 사적, 영세불망 등 각종 추모비와 기념비는 고을마다 많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일부는 관치에 의해 세워진 것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비(碑)를 세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살아계신 분에 대한 비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더러는 은사님의 추모비를 세워 드려 생존한 은사님들의 칭송이 잦았고 은연 중 유고시 자신의 추모비 건립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는 듯 싶다. 배은망덕이 판치는 세상에 유년시절 가르쳐주신 선생님을 비롯하여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2세 교육을 위해 사재를 털어 육영사업을 펼쳐 오신 님 들을 위해 비(碑)를 세워 드린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요즘 세상 보기 드문 일이다.
공자(孔子)를 공부자(孔夫子)라고 높여 부르는 것은 부(夫)란 도덕이 높아 하늘을 뚫는 경지요, 자(子)란 만세에 걸쳐 없어지지 않는 것이란 가르침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철이라는 말이 더할 수 없는 진실로 다가선다. 내 생전에 돌비를 못 세우면 종이비라도 꼭 세워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 도내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고 생각하면 그 범위가 너무나도 크고 많기 때문에 남원지역으로 우선 축소 생각해 본다.
일찌기 사재를 털어 육영사업을 펼쳐주신 학교법인 춘강학원 용북중학교는 설립 당시 벽지 농촌출신 자녀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신 설립자 (고)靑庵 류광현 선생께서는 전라북도 교육위원, 남원교육청 교육감, 6.7대 국회의원 때 만인의총 이전, 광한루원 경내 확장, 지리산 국립공원 제1호 지정, 폭우 때마다 물바다가 되었던 남원의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 요천강의 하천 정비사업 등이 중요 업적이다.
그 후에도 (고)瀚書 양승권 님과 學山 양승귀 두형제 분께서는 성원고등학교(남원제일고등학교 포함)를 (고)南村 이남근 님께서는 한남고등학교 (현)남원국악고등학교를 각각 설립인재 양성을 위해 총력을 경주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살아생전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면서 모은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설립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 주신 (고)南岡 양병식 님 등 모든 분들의 행적을 우선 종이비에라도 적어 기리고저 하옵니다.
이상과 같은 육영사업분야 외에도 지역발전과 후진양성을 위해 솔선수범 헌신 봉사해 주셨기 명실 공히 지역 어른 역할을 해 오신 분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공감하는 (고)東齋 이만기 님과 (고)春坡 양창현 님은 남원인 모두가 잊을 수가 없는 분들로 그 업적을 길이 후손에게 알리고 싶은 심정임을 확실히 밝히는 바입니다. 이상 말씀드린 분들 외에도 지역발전과 향토사랑 운동에 앞장서 주신 분들 모두를 한데 묶어 남원의 인물 편을 수록코저 향토 인물 자료집 발간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적 내용으로 보아 유족과 향토인 모두가 바라는 돌비까지 세우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임에도 우선 급해서 종이비(紙碑)에라도 살아생전 성실하고 진실하게 그리고 향토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해 헌신 봉사해 주신 님들의 행적을 철저히 조사 향토지에 수록 길이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님들의 영혼이 영생토록 두 손 모아 비옵니다.
이외에도 한번쯤 우리가 생각해 보고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공공의 적에 해당하는 역적에 대한 사관의 역할은 누가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일들이다.
그룹 05 > 사설·칼럼 11 페이지
14-01-22 22: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