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바다3. 벽파진 그리고 충무공 전첩비
남원 언론문화재단 감사 서호련
우리의 버스는 진도대교 이순신장군의 기념공원을 떠나 벽파진으로 달렸다.
벽파진에 도착하여 곧장 아름드리 동백나뭇길 언덕위 장군의 전첩비로 올라갔다. 아래에는 다도해가 펼쳐졌다. 목포에서 제주도로 출발하는 여객선이 바로 이곳 벽파진에 기항하고, 제주도에서 목포로 가는 배가 역시 이곳에 기항한다. 옛날에는 진도를 가려면 목포에서 배를 타고 이곳 벽파진에서 내려 군내 버스를 타고 진도 읍내와 각 면으로 들어간다. 언덕위에서 벽파진을 한눈으로 내려다 보니, 개인적으로 56년전 추억이 새로웠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6년전, 1957년 7월 여름방학 때 후배한사람과 함께 한 달간 전국무전여행을 했다. 제주도를 일주하고 난 뒤 목포행 여객선을 타고 이곳 진도벽파진에 내려 군내 버스를 타고 진도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진도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다시 벽파진에서 여수로 그리고 부산과 포항과 삼척을 거쳐 서울로 들어갔던 여정이었다. 56년 전에 갔던 벽파진을 이제 황혼이 된 나이에 다시 와 이순신장군의 전첩비에서 벽파를 내려다보는 감회는 실로 무량하였다.
벽파진은 진도군 고군면 벽파리에 있다. 진도대교가 없을때는 해남의 황산면에서 배를 타고 진도의 벽파진으로 왕래를 했기에 예로부터 진도의 관문으로 일컬어져 왔다. 벽파진은 옛날부터 진도의 관문 구실을 했던 나루터로 명량해협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바다 건너편은 해남군 황산면 땅이다.
그런 벽파진은 정유재란 당시에 이충무공이 16일 동안 머무르면서 명량대첩을 준비하신 곳이기도 하다. 삼국시대에는 일본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남해와 서해를 거쳐 중국까지 이어지는 해로의 일부였으며, 고려시대에 삼별초 군사들도 이곳으로 상륙했고, 근래에도 진도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해남 옥동에서 오는 버스가 배에 실려서 바다를 건너와 이곳으로 올라왔다. 현재도 항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근처에 염전도 있다.
"1956년에 세워진 이 비에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울돌목)대첩에 대한 당시의 역사가 씌여 있는데, 노산 이은상이 글을 짓고, 진도 출신 서예가 소전 손재형 선생이 글씨를 썼다. 진도 군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져 1956년 11월 29일 제막식을 갖은 이 비에는 "벽파진 푸른 바다여 너는 영광스런 역사를 가졌도다. 민족의 성웅 충무공이 가장 외롭고 어려운 고비에 빛나고 우뚝한 공을 세우신 곳이 여기더니라"로 시작되는 비문의 싯귀가 벽파진의 이충무공을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이 비석은 매우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얼듯 보면 거북이 좌대 위에 비석이 놓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좌대격인 거북이는 별도로 만들어서 올려 놓은 것이 아니고 바닷가까지 뻗쳐있는 거대한 암반상부를 거북이 좌대로 조각했기 때문에 좌대가 암반전체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제일 높은 비석이라고 한다. 아침이면 햇살이 부딪혀 눈부시고, 저녁이면 석양빛에 바닷물까지 비석의 그림자가 닿는다. 바로 이 벽파진 바로 뒤의 언덕바지에 세워져 있는 이충무공전접비가 일본 대마도와 옛 격전장인 명량해협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서있다.
비문에 새겨진 글은 이러하다.
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전문
벽파진 푸른바다여 너는 영광스런 역사를 가졌도다
민족의 성웅 충무공의 가장 외롭고 어려운 고비에 고작 빛나고 우뚝한 공을 세우신 곳이 여기더니라. 옥에서 풀려나와 삼도수군 통제사의 무거운 짐을 다시 지고서 병든 몸을 이끌고 남은 배 12척을 겨우 거두어 일찍 군수로 임명되었던 진도 땅 벽파진에 이르니 때는 공이 五十三(오십삼세)되던 정유년 팔월 이십구일이매 조정에서는 공에게 육전을 명령 했으나 공은 이에 대답하되 신에게 상기도 십이척의 전선이 남아 있삽고 또 신이 죽지 않았으며 적이 우리를 업수이 여기지 못하리이다 하고 그대로 여기 이 바다 목을 지키셨나니 예서 머무신 십육일 동안 사흘은 비 내리고 나흘은 바람 불고 맏 아들 회와 함께 배위에 앉아 눈물도 지으셨고 9월초 칠일엔 적선 13척이 들어옴을 물리쳤으며 초구일에도 적선 십 삼척이 들어옴을 물리쳤으며 초구일에도 적선 이 척이 감포도까지 들어와 우리를 엿 살피다가 쫓겨 갔는데 공은 다시 생각한 바 있어 십오일에 우수영으로 진을 옮기자 바로 그 다음날 큰 싸움이 터져 십 이척 적은 배로써 삼백 삼 십척의 적선을 모조리 무찌르니 어허 통쾌 할사 만고에 길이 빛날 명량대첩이여 그날 진도 백성들은 모두 달려 나와 군사들에게 옷과 양식을 나누었으며 이천귀 김수생 김성진 하수평 박헌 박희령 박후령과 그의 아들 인복, 양응지와 그의 조카 계원 그리고 조탁 조응량과 그의 아들 명신 등 많은 의사들은 목숨까지 바치어 천추에 호국신이 되었나니 이는 진실로 진도민의 자랑이도다.
이 고장 민속 강강술래 구슬픈 춤과 노래는 의병 전술을 일러 주는 양 가슴마다 눈물어리고 녹진 명양(鳴洋) 두 언덕 철쇄 걸었던 깊은 자욱엔 어른들의 전설이 고였거니와 이제 다시 이곳 동포들이 공의 은공과 정기를 영세에 드높이고자 벽파진 뒤에 한 덩이 돌을 새움에 및어 나는 삼가 꿇어 엎디어 대강 그때 사적을 적고 이어 노래를 붙이노니 열 두척 남은 배를 걷우어 거느리고 벽파진 찾아들어 바닷목을 지키실제 그 심정 아는 이 없어 눈물 혼자 지우시다 삼백 척 적의 배를 산 같이 깔렷더니 울돌목 센 물결에 거품같이 다 꺼지고 북소리 울리는 속에 저 님 우 뚝 서 계시다 거룩한 님의 은공이 어디다 비기오리 피 흘린 의사 혼백 어느 적에 살아지리 이 바다 지나는 이들 이마 숙이옵소서
단기 사천이백팔십구년 팔월 이십구일 노산 이은상 글을 짓고 소전 손재형은 글씨를 쓰고 진도 교육구 교육감 곽충로는 구내 교직원 생도들을 비롯한 모든 군민과 도내 교육 동지들의 성력을 모아 이 비를 세우다
충무공 벽파진 전첩비는 이 충무공 전서를 편찬한 노산 이은상이 글을 쓰,고 진도출신의 명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글씨를 써서 1956년 11월 25일 진도 군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비이다. 지금은 명량대첩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뒤로 한 채 쓸쓸한 포구로 전락해 있다. 벽파진은 아직도 항구로서의 기능을 발휘, 목포와 제주를 오가는 배가 하루에 한 번씩 기항한다.
그룹 05 > 사설·칼럼 11 페이지
13-11-05 11:1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