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내고장 기록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일제식민지 치하 내 고장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호구(戶口), 상공(商工), 농수산(農水産), 문화(文化), 교육(敎育), 기상(氣象), 위생(衛生), 금융(金融), 관청(官廳), 경무(警務), 재정(財政) 명승고적과 상가의 분포 등으로 구분 기록되어 있음을 본다. 일제 강점기, 남원에 관련된 기록을 여러 사람의 관심과 노력으로 수집 정리하여 식민지 치하 내 고장의 면모를 되새겨 보는 스크랩북(Scrap Book) "일제강점기 남원의 기록“ 이란 책을 발간하였다.
필자는 일제 말 전쟁에 광분한 시기에 남원 용성초등학교를 다녔다. 무엇보다 배고픔과 헐벗은 채로 학교에 다닌 때가 많았고, 아침 등교할 때 마을 단위로 모여 기수(旗手)를 앞세우고 상급학생의 구령에 따라 학교 앞에 이르면 마치 군대 열병식을 방불하듯 대열을 정비하고 “호쪼도레”라는 구령이 내리면 손과 발을 높이고 힘차게 걸으면서 교문 안 우측에 설치되어 있는 봉안전(奉安殿;일본천황의 위패봉안소)을 향해 “우로 봐”하는 구령과 함께 교정에 들어선 후 자기가 속한 학년 반으로 헤쳐모여 아침 조회를 하였다.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를 암송하고 매월 1일과 15일에는 신사참배를 하였고 여름이면 풀베기, 피마자가꾸기, 겨울에는 관솔따기, 목화나무 껍질벗기기, 놋그릇, 쇠그릇 공출에 동원되었으며, 일본말 상용화 감시를 위해 만들어진 티켓을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한국어를 하면 티켓을 빼앗고 티켓을 전부 빼앗긴 학생은 체벌을 받았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할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
<성인용>
우리는 황국신민(皇國臣民)이다. 충성으로서 군국(君國)에 보답하련다
우리 황국신민은 신애협력(信愛協力)하여 단결을 굳게 하련다.
우리 황국신민은 인고단련(忍苦鍛鍊)하여 힘을 길러 황도를 선양하련다
<아동용>
우리들은 대일본 제국의 신민(臣民)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우리들은 인고단련(忍苦鍛鍊)하고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개국한 지 4352년이 되었다. 단군성조가 나라를 이룩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 역사를 돌아다보면 외세에 의해 참담한 일이 많았다. 역사 기록을 보면 100여 차례의 침략을 받았고 한말에 이르러서는 일제의 강점으로 35년 치욕적인 일제의 식민지가 되는 일이 있었다.
나라 없는 고난과 서러움이 무엇인가? 요즘 세대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 우리 국민들의 치욕은 어떠하였으며 어떠한 일들이 우리 고장에 있었을까? 일제강점기 남원의 사진, 남원의 주요일지, 남원전사, 광한루기, 조선총독부 직원록(남원편), 조선도정 개정구역표, 전북안내, 전북관내도, 전국 연예인 및 기생명단, 부록으로 신민지 치하 남원에 관한 동경대 혼다히로시 교수의 논문을 수록하였다.
- 일제강점기 남원 사진에는 명소와 주요기관, 남원의 풍경과 남원 주둔 수비대와 신사사진, 윤리도덕과 공출저항운동을 한 명륜계 사진, 내선일체, 황군만세를 게첨한 사진, 항일운동의 요람 남원예배당, 황산대첩비 폭파사진, 일제 때 남원역 철도관사 사진 등을 실었다.
- 남원의 주요일지는 1982년 남원군에서 내 고장 전통가꾸기 사업으로 발간한 「고도 남원의 얼」연표를 참고하여 1908년부터 1949년까지 남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연대별로 구분하여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 남원전사(南原戰史)1916년 남원수비대장으로 부임한 셰키 타이조(關太常) 육군보병대위가 공무의 여가를 이용하여 정유재란 남원성 싸움에 대한 사실 편집에 착수, 전적 답사 및 고서수집, 지역의 고로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탈고한 것을 1942년 남원 문고에서 발간한 책이다. 전란사의 번역은 일본 도쿄대학교 혼다 히로시 교수가 약식으로 중요한 내용만을 발췌했다.
- 광한루기(廣寒樓記)는 조선 후기에 수산(水山)이 지은 「춘향전」이본으로 한문1책(62장) 활자본이며 본명은 미상이다. 남원군청에서 1924년 간행한 것으로 “수산광한루기”라고도 한다. 춘향전의 많은 판본(67본)중 유일하게 남원에서 발간한 남원 판본이다. 춘향전을 한 폭의 그림으로 생각같고 우리나라 금수강산에 비유 특히 금강산의 진면목과 동해 푸른 바다, 가야산, 지리산, 대방골 남원의 풍치와 민정을 작품 속에 그려놓고 그 속에서 선남선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전개하였다. 번역은 공안서당 이학규, 자료수집은 남원학 연구소, 발간은 남원문화원이 하였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은 도린(桃隣)혹은 화경(花卿)으로 방자는 김한(金漢)으로 되어 있으나 월매와 춘향은 그대로이다. 특히 본문의 내용 중 대화 부분에 중국의 백화체(白話體)가 사용된 점으로 보아 중국 백화소설과의 영향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남원 유일의 판본이요 백화체 한문본이기 때문에 번역의 어려움이 있어 많이 영구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 조선총독부 직원록은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만든 최고 기구인 조선총독부는 크게 세 번에 걸쳐 구조상의 변화를 겪었다. 제 1기는 1910년부터 1919년까지로 이른 바 “무단통치기”에 해당하는 시기며 헌병 경찰에 의한 군사적인 지배가 주요 특징이다. 제 2기는 1920년부터 1936년까지로 3.1운동을 계기로 분출된 민족의 독립 열기를 체재 내로 흡수하고 안정된 지배 체제를 구축하려던 시기이다. 제 3기는 1937년부터 1945년까지로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되는 침략전쟁에 식민지 조선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던 시기이다. 이 직원록은 당시 남원군과 운봉군의 군수, 군서기, 직급별 명단과 남원공립간이 농업학교를 비롯하여 남원 경찰서 등 직원 명단을 수록한 원문 중 남원편을 재편집 한 것이다.
- 조선도부군 면 정동리(朝鮮道府郡 面 町洞里)개정 구역표 대정 12년 3월 31일 즉 1923년 3월에 박무서관에서 발행한 조선도정 부, 군, 면, 정, 동, 리 개정구역표로 남원군 19개 면의 명칭과 186개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 전북안내 전북 일보사가 발행한 일제 강정기인 소화8년 9월 소화 12년 6월에 발간한 전북안내에 수록된 남원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 전라북도 관내도 대정12년 12월 즉 1923년 12월에 전라북도가 발행한 도세일반(道勢一班)으로 전라북도 관내도와 함께 각 府, 郡, 面, 里 등 산업, 경제 전반에 걸친 통계를 담고 있다.
- 기생, 연예인 명단-소화 14년 10월 10일 즉, 1939년에 각 성씨별로 기적에 등록된 500여 명의 기생 명단이다. 이 중에는 민요가수, 판소리 등에 뛰어난 활동을 펼쳤던 인물들의 이름도 엿볼 수 있다. 남원출신 이화중선의 이름도 보인다.
- 부록 혼다히로시의 논문-일본도쿄대학 히로시 교수가 일제 강점기 남원지방유지의 사회문화적 활동에 대해 「노계소의 구성과 인맥」「남원읍내 갖가지 의례시설에 대한 관여」「춘향제의 창시」상가의 형성 등과 관련지어서 정리한 논문을 실었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 역사를 가볍게 여기는 민족은 멸종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지금 다문화 다민족 시대에 국가관을 심어 주는 교육이나 제도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할 때이다.
과거의 역사는 지나가버린 현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과거는 역사적 현재 속에 살아있고 현재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