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지역 정치권의 모처럼의 단합된 모습을 환영한다
지역 정치인들이 서남대 문제 해결을 위해 뭉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강동원 의원을 주축으로 김완주 전북지사, 이환주 남원시장 등이 지난 5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면담해 서남대 정상화를 촉구한 일은 고무적이다. 이 자리에는 이웃인 정읍을 지역구로 둔 유성엽, 전주 완산갑의 김윤덕 의원도 참석해 힘을 실었으며, 강 의원은 서남대 정상화를 바라는 동료 국회의원 50인의 건의문과 남원시민 3만명의 서명도 서 장관에게 전달했다. 서남대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파워게임이 전개되는 와중에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역의 단합된 모습을 중앙정부에 각인시키면서 남원이 정치게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어느정도 줄였다고 판단된다. 서 장관이 면담 자리에서 “남원시민과 전북도민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례적인 발언을 넘어서는 함의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역 정치인들이 서로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서남대가 잘못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앞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무게감 있는 시그널이 중앙정부에 접수된 것으로 읽힌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서 장관을 넘어 청와대로까지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는 곤란하다. 지금부터 더욱 어려운 싸움이 남아 있다. 사실 현 교육부 장관은 서남대처럼 정치적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교육관료 출신인 서 장관은 참여정부 마지막 교육 차관 출신으로 친박계에 의해 전격 발탁된 인물이다. 박근혜 정권을 주식회사에 비유하면 전문경영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대주주격인 친박 핵심 그룹과 거리가 있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는 대주주가 뒤에서 결정을 하고 전문경영인이 추인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십상이다. 강 의원 등이 ‘전문경영인’에게 지역 민심을 전달했다고 우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강 의원이 물꼬를 텄으니 이제는 여권, 특히 친박 핵심그룹과 접촉할 수 있는 지역 인사들이 힘을 보탤 차례다. 우리 남원에는 새누리당을 베이스로 하는 정치인들이 없지 않다. 특히 현재 공직에 있지 않아 실명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원로그룹 가운데 그런 조건을 갖춘 인사들이 없지 않다. 지역에 봉사하는 차원에서 움직여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강 의원도 이런 인사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여권 핵심부와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환주 남원시장도 강 의원과의 반목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전면에 나선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왕 나선 마당에 민주당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정치적 야심이 있다면 남원시민을 보고 뛰어야지 당을 보고 뛰어서는 곤란하다. 당과 중앙에만 치중하다가 지역민에게 미운털 박혀 금배지를 내려놓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 의원은 초미니 정당 소속으로 야당 중의 야당인 처지다. 고립무원의 처지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직전 상임위였던 문화관광위에서 춘향제를 ‘세계무형문화유산 활용 광광자원화 사업’에 선정되는데 나름 역할을 했다. 전북에서는 전주 소리축제와 춘향제가 선정됐다. 중앙정부로부터 소액이기는 하나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춘향제가 문광부 선정에서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서 탈락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 이 시장과 강 의원이 불과 몇일 앞으로 다가온 춘향제를 잘 치러내고, 나아가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지역을 위해 뛰어주길 간곡히 소망한다. ---
이 태 술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3-04-11 18:59: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