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세계복합유산 지정 신청을...
남원문화원장 이 병 채
지리산은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이후 45년 동안 국가가 직접 관리해온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주변에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생활문화의 터전과 더불어 역사유적을 비롯 종교 민속신앙의 생활경관이 고스란히 남아 살아 숨 쉬는 보배로운 산이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만은 자연과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상호작용이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다양성, 복합성, 조화성이 함축된 특수성뿐만 아니라 신선한 어머니 산으로 만물을 키워낸 모태로서 사람의 삶과 문화가 융합된 산으로 동식물의 분포 현황만 보아도 5,000여 종에 이르며 그 중 특용(약용)식물이 1,0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한반도에서 기후 변화가 가장 심한 특정지역으로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불복산 또는 반역산이라 부르기도 하며 여인네의 치마폭처럼 품에 안겨 지리산 문화를 꽃 피어온 흔적들이 도처에 서려 있다.
온유하면서도 당찬 우리네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 받지 못하고 방치했다가 난개발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된다면 다가올 재앙이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한국인들에게 지리산은 속세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질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 내지 해방구로 인식되어 동학, 3․1운동, 6․25 한국 전쟁 때 쫓기던 자들이 마지막으로 숨어 지냈던 도피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삼천리금수강산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된 산이 하나도 없어 대단히 유감스럽다. 중국은 41개의 세계유산 가운데 8개가 산의 명칭으로 등재되어 20%에 달한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다채롭고도 독특한 산악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한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중에 산성이 2개나 있는 것도 한국의 산악환경을 반영한 산지형 문화유적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유네스코 이사국으로 세계유산 10건, 기록유산 7건, 인류무형유산 8건, 총 25건이 등재되어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잠정목록 신청내용을 보면 강진 도요지, 공주 부여 역사유적지구, 중부내륙 산성군, 남한산성, 익산 역사유적지구, 염전, 낙안읍성, 외암마을과 자연유산으로 설악산 자연보호구역,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 대곡천 암각화군, 서남해안 갯벌과 우포습지 등이 신청되었다. 그러나 아직 복합유산 지정 신청은 한 건도 없다. 때문에 지리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므로 이제 세계복합유산 등재 신청을 위해 지리산권 7개 시․군이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문정댐 건설계획을 즉시 백지화하고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리산 문화연구원의 용역결과 보고회는 구례, 산청, 남원 그리고 서울 고궁박물관을 마지막으로 마쳤다. 동 보고 내용을 요약하면 복합유산으로서 보편적 가치가 충족된 상태라고 평가되었으므로 이제 해당 지자체가 서둘러 잠정목록부터 신청하고 즉시 자료보강작업 착수토록 해야 할 것이다. 요즘 세계유산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졌고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세계유산 콘텐츠개발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상대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기준과 심사는 해가 갈수록 점점 엄격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특히 지자체가 세계유산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미비한 실정으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2-11-29 17:17: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