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타령(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요사이 무슨 들통 날 일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예나 오늘이나 사회상을 보면 잘못된 사건이나 화제거리가 숨겨지고 덮어져 있던 것들이 들통 나 사회를 혼란하게 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들통타령이 만들어지고 구전(口傳)된 것 같다. 민중 사이에 널리 돌아다니는 속된 노래(Popular Song)를 속요(俗謠)라고 하는데,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삶의 애환이나 일상의 모습들을 노래로 만들어 많이 부르는 민족이다. 그런 우리나라의 속요(俗謠)중에<들통타령>이라는 게 있는데 모든 비밀스런 일들은 반드시 들통 나게 마련이라는 이 세상의 이치를 읊은 노래인데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숨바꼭질은 머리카락이 들통 내고 / 꿀 먹은 벙어리는 말더듬이가 들통 내고 숨어 먹는 밥은 강아지 꼬리가 들통 내고 / 며느리 앙심은 바가지 소리가 들통 낸다.
이렇게 인생매사 아무리 숨겨도 들통 나게 마련이니 청천백일 앞에 숨김없이 살아가라는 교훈적인 내용의 속요가 들통타령이다.
요사이 흔한 말 미투는 누가 누구를 들통 낸 것일까? 이와 유사하게 신문이나 방송, 컴퓨터, 스마트폰이 있기 이전의 언론형태로, 은어서(隱語書)와 참요(讖謠)라는 것이 있었다. 은어서란 고발하고자 하는 내용을 돌이나 기왓장에 써 사람 많이 다니는 길에 두고 여러 사람이 보게 하는 일종의 소자보(小字報)요 참요란 노래를 만들어 입과 입으로 구전시키는 입방아 방송이다. 이원시언론 시대부터 언론에 대한 테러는 있었다. 신라 진성여왕은 유모의 남편과 사통(私通)하는가 하면 미소년들을 번갈아 입궐시키는 등 꽤 색깔 있는 여왕이었던 것 같다. 이를 고발하는 은어서가 전국에 나돌자 반체제의 지도자요 은자(隱者)인 거인(巨人)이 한 짓으로 판단, 힘 센 사람을 보내어 테러를 가하였다고 하고 경문왕의 호색(好色)을 고발하는 참요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입방아 방송이 떠돌았을 때도 그 노래가 처음 흘러 나왔다는 도림사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고 그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개화기 때 기자(記者)를 고원(告員)이라 했다. 1894년 여름 독립신문 고원이나 길가에서 신문을 파는 판매원을 보기만 하면 “꼭지떼들이 폭행을 가하고 숨어버리곤 했다. 꼭지란 소외받는 전과자들이 야합하여 청계천에 움막을 짓고 결식행각을 하는 부랑배다. 세도가나, 정상배나, 돈 많은 사람에게 매수되어 곧잘 청부폭력을 일삼던 무리들인 것이다. 지금도 이와 유사한 꼭지떼들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일제 때의 언론 테러는 부지기수였다. 이를테면 친일폭력단 두목인 박춘금의 행패가 대서특필되자 도당을 거느리고 조선일보사 편집국에 난입, 당시 한기악 편집국장에게 권총을 겨누고 폭행을 감행했었다.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은 사기(私器)의 검은 손에 상처 입게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 고루 분배되면 될수록 언론테러는 사라진다는 사실은 정치 선진국들에 의해서 입증이 되어왔다.
모든 짐승은 거짓과 숨길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으나 인간만 거짓말도 하고 또 잘못을 숨기는 삶을 영위하기도 한다. 성경에 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시고 에덴동산을 그들의 집으로 주셨다.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는 너무도 행복했다. 하나님은 행복해하는 그들에게 동산의 모든 나무열매는 마음대로 먹되, 동산 중앙에 있는 특별한 나무열매는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그 나무는 “지식의 나무”인데 먹으면 선과 악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나무에 뱀이 나타나 탐스럽게 열려있는 과일을 따 먹으면 지혜로워지고 눈이 밝아진다고 꼬였다. 하와는 뱀의 거짓 유혹에 넘어가 아담과 함께 과일을 따 먹고 숨겨 버렸다. 인간 최초의 원죄를 지은 것이다. 하나님은 노하여 에덴동산에서 쫓아내고 남자는 땀 흘려야 밥을 먹게 하고 여자는 아기를 낳을 때마다 고통을 겪도록 하셨다. (비너스의 악마사전에는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한 말이 적혀있다. “숨기자꾸나.”그것이다. 그리고 나뭇잎으로 치부를 숨기고 있다.)
죄와 무관한 짐승은 숨길 줄 모른다. 먹이를 독점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물고서 도망을 쳐도 숨기지 않는다. 어른보다 덜 불순한 아이들이 갖고 있는 것을 숨길 때면 손을 뒤로 돌려 숨긴다. 그만큼 덜 불순한 숨김이다. 숨긴다는 것을 완벽하게 은폐해 숨기는 것은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불순한 특혜다. 하지만 신(神), 그리고 신과 직결된 양심 앞에서는 아무리 고도의 지략을 부린 숨김이라도 무력하다. 들통타령에서처럼 들통이 나게 마련인 것이다. 정계, 재계에서 어수선하게 숨겨온 사건들이 속속 들통나고 숨겨져 온 크고 작은 사건들이 어느 때인가 모두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 세상 삶의 이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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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7 19: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