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개해(戊戌)를 맞이하며
전)남원문화원장 이병채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사이로 들려오는 캐롤과 구세군의 종소리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을 실감나게 한다.
우리 인간만이 시간의 흐름을 1년 단위로 마무리한다.
1년 단위로 끊어서 마무리 매듭지은 것은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 인간의 지혜의 소산이며 인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한 해를 매듭지을 때마다 나름대로 지난 1년을 돌이켜본다. 그것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애틋함, 그리움, 향수, 망각, 가슴 후비는 후회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리고 새롭게 펼쳐지는 또 새로운 한 해에 대한 부푼 기대와 베일에 싸인 내년을 그리며 마음 설레기도 한다.
지난한 해 되돌아보면 애틋함 밀려와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에게는 반성도 없고 희망도 없다. 무지의 제 복 속에 사는 동물이기에 행복도 불행도 없다. 단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무더운 여름은 시원한 가을을 손짓하며 가을은 겨울로 이어지고 겨울은 또 다시 따뜻한 봄을 잉태한다. 이처럼 끝없이 해를 거듭할수록 흔적의 나이테를 남기고 우리 인간들은 소용돌이 속에서 변하면서 성숙해진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변하지 않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서도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기다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만약 내일을 예측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간혹 허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미련과 회한은 세월이 지나고 보면 언제나 남기 마련이다. 진작 이렇게 했었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가야할 길에 빛을 환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 한 해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풍랑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우리 국가사회를 뒤 흔들어 놓은 한 해였다. 우리에게는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았다. 각종 농단으로 해가 뜨고 한 해가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농단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지나온 길 거울삼아 후회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간교한 수단으로 어떤 일이나 대상을 좌지우지한다는 의미의 농단이 나라의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전체가 믿어야 함에도 믿기지 않는 바탕이 짙게 깔린 데다 뚜렷이 보여야 함에도 검은 그림자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 소리를 분명히 들어야 함에도 세상사가 너무 시끄러워 안 들려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중국의 문장가 노신이 말하기를 옛날에 위세가 당당한 사람은 복고를 주장했고 오늘에 권력자들은 현상유지를 고집하고 아직 형세하지 못하는 자들은 혁신을 주장한다고 하는데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는 혁신의 목소리가 나머지들을 무척 주눅이 들게 하는 것 같다. 제발 내년에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서민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고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인도 네루의 말을 되씹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셰익스피어는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끝은 있다고 말했지만 우리의 기대가 큰 것은 아니었는데 희망을 안겨주는 일은 별로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며 5월의 꽃 잔치 때 하얀 눈이 내리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는데..우리는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광풍처럼 부는 혁신과 개혁의 바람결을 따라 다가오는 무술년 황금개해에 실시되는 6월 지방선거 또한 지방자치시대의 들보역할을 하는 선출직 선거가 있으므로 철저한 준비와 선택을 통해 후회 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8-01-31 20:10: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