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문제? 결국은 정치, 지역정권교체가 답이다.
행정학박사 강춘성
오랜 시간 동안 남원은 지리산권 중심도시로 지역민들의 생활거점도시였다. 20여 년 전, 도농복합시로 통합될 당시 인구는 13만 5천 여 명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꿈꾸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과거의 영광은 점차 희미해지고, 지방의 침체된 소(小)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8만 명을 지키기도 버겁다. 지역경제가 쇠퇴하니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소비를 주도해야 할 젊은 세대가 떠나가니 지역의 경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농업과 관광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현실이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남원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지역경제 살리기이다. 인구증대, 지역상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먹고 사는 문제가 결국 지역경제 살리기에 달려 있다. 지난 20년의 실패가 향후 수 년 안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손을 써볼 여지가 없는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나름의 중앙 인맥과 경력을 자랑하는 정치인들이 내려와서 장밋빛 성공을 외치며 표를 얻어 갔다. 하지만 그네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남원 사람들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대단위 국가정책사업이나 대기업의 투자는 없었다. 큰 소리 치던 정치인들은 임기를 끝내고 나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객처럼 남원을 떠났다. 지역 경제 살리기의 출발은 지역에 있다. 남원시가 보유한 정치행정력과 자산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워 지역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사는 남원을 우리가 살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시가 급한 지역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지역 정치권은 오랜 시간 쌓여 온 케케묵은 구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제일은행 사거리엔 서남대 사태 해결을 위한 촛불시위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정치인들에게만 맡겨서는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 시민들이 직접 지역현안을 공론화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시민들의 열정과 헌신 가운데서 남원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꽃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 정치인을 비난하지만 결국 정치를 통해서 지역 사회를 이끌어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모두를 싸잡아 비난만 하는 정치 혐오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지역 사회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제대로 된 정치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정치 개혁과 경제 살리기는 함께 가는 것이다.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일당독점의 정치구조가 계속되어 왔다.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특정정당이 독점해서 건강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민의 민심에 귀 기울이기보다 유력 인사에게 줄을 대서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왔다.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따라 국회의원이 바뀌었어도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득권층과의 반목으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정권교체를 통해 혁신적인 정치행정구조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비전과 발전의 토양은 기득권부패 청산에서 시작될 것이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말은 자명한 진리다. 지나간 과거를 잊고 다가 올 미래를 읽지 못한 채 당장의 현실에만 갇혀 있다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뜨거워져 가는 솥 안에 갇혀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역정체도 지속되면 회복 불능의 침체에 빠지기 전에 지역 경제 살리기에 지역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문제는 경제다. 그리고 지역경제회복은 지역정권교체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7-10-24 18:1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