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과 좌우명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우리집 가훈(家訓)과 나의 좌우명(座右銘)은 무엇일까?
가훈은 그 가정의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가장인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가족에게 심어주려는 이상일 수도 있고, 가정교육의 목표일 수도 있으며 옛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 전통일 수도 있다. 이러한 좋은 가훈이야말로 우리들의 가정생활에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현대 생활에서는 물질문명의 고도화에 따라 자칫하면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마저 과학적으로만 따지기가 쉽다. 사람의 올바른 사고와 사람다운 행동은 과학이나 의학의 힘으로 가르칠 수도 고칠 수도 없다.
좌우명이란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반성하는 재료로 삼는 격언(金言(금언))을 말한다. 그러므로 좌우명과 가훈은 성격은 조금 달리하고는 있으나 마음을 수양하는 교훈으로써 공통되는 뜻을 지닌다고 하겠다.
가훈은 온 집안 식구들이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할 교훈인데 비하여 좌우명은 대개 개인이 특별이 조심하고 마음속에 새겨두는 격언이다. 누구나 좌우명 한 두가지씩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삶을 보다 즐겁고 보람있게 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믿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눈, 귀, 코, 입 등 얼굴에 딸린 형상은 물론이요 머리, 몸뚱이, 팔 다리, 모두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쌍둥이도 어딘가 모르게 다른 데가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태어난 내가 어떻게 살아야 보람있게 산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하여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살려고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정생활은 우리들 삶의 가장 바탕을 이루고 있는데, 복잡한 것 보다는 단조로운 것을 바라고, 식구가 많은 것 보다는 적은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가정도 핵가족을 이루고 사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늙은 부모는 부모대로 오붓하게 사는 것을 원하고 훗날 홀로되면 쓸쓸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옛날의 우리나라 가정은 어떠했는가? 한 집안에 조부모와 부모자녀세대가 거의 함께 살았고 가족이 많은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적 관습에 어른을 극진히 받들고 공경하는 일을 생활의 철학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습이다.
아들딸이 부모님 말씀에 절대 순종하고 손자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듯한 사랑과 귀여움을 받으며 자라는 화목한 가정 이러한 우리나라의 가정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가정생활에서 많은 가족이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도 부러워 하지만 장유유서(長幼有序(장유유서))의 가정질서와 예의를 더욱 부러워하는 것이다. 웃어른을 바르게 섬기고 올바른 예절을 지킬 줄 아는 도의 생활은 우리 국민의 자랑스러운 전통예절일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한국에서 꼭 수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웃어른을 공경하고 잘 모시는 풍속이라고 하였다.
오늘날 한국이 격심한 인구 감소로 인구증가를 위해 국가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잘 이루지 못한 요인은 한국 가정의 핵가족과 가정윤리의 파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한가위가 지났다. 명절날 많은 가족이 모인 자리에 집안의 어른이고 사회의 존장으로 집안의 전통과 가정교육이라 할 가훈과 좌우명을 화두로 삼아 자연스럽게 후세교육에 노력한다면 화목한 가풍(家風)을 이어가는 길이 될 것이요 좀 더 의미있는 명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7-10-18 17:5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