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와 한가위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농가월령가는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함께 나누고 어울리며 살아왔는지를 잘 알려준다.
농가월령가는 약 200년 전 조선후기 헌종 때 정약용의 둘째아들인 정학유(丁學游1786-1855)가 일설에는 광해군 때 고상안이 당시 농민을 위하여 지은 노래이다. 월령(月令)이란 그달그달 할 일을 적어 놓는 행사표인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풍속, 놀이, 행사는 물론 제철음식과 명절음식 등 우리의 미풍양속을 월별로 나누어 교훈을 섞어가며 알려주는 노래이다.
해와 달이 돌고 한 해는 24절기, 시작과 풍요의 계절 봄 6절기(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생기 넘치는 계절 여름 6절기(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수확과 결실의 계절 가을 6절기(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계절 겨울 6절기(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농가월령가 머리령에는 하늘과 땅이 처음 생기니 해와 달과 별이 빛이 난다.
해와 달은 때맞추어 돌고 별들은 제 길이 있어 일 년 삼백 육십 오일에 제 자리로 돌아오니 상현, 하현, 보름, 그믐, 초하루는 달 모양으로 알 수 있다.
땅의 동서남북 곳에 따라 다르기에 북극성을 기준하여 멀고 가까움 마련하니 이십사절기를 열 두 달에 나눠 놓아 한 달에 두 절기가 보름사이로 되는구나 라고 서술하고 있다.
농가월령가에서는 8월의 절기를 백로(白露 양력 9월 8일경) 추분(秋分 양력 9월 23일경) 추석(秋夕 음력 8월 15일)로 정하고 추수 준비를 시작하는 달이라고 하였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흰 색이 된다는 백로와 완전히 가을로 들어섰다는 추분이 있는 음력 8월은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즐거운 달이다. 음력 8월 15일 추석은 설이 한 해의 풍년과 편안함을 기원한다면 추석은 한 해 농사와 추수에 감사드린 날이다.
보름달이 뜨는 추석은 중추절(仲秋節)가위, 한가위 등으로 부르고 신라 때 길쌈놀이 “가배”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날은 농가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다. 이 날 아침에는 모든 사람들이 새 옷을 마련하여 입고 그 해 농사를 진 햇곡식으로 떡과 술을 빚고 햇과일을 준비하여 조상께 설날 아침의 차례와 마찬가지로 추석차례를 지낸다.
고향을 떠나 나가있던 가족들도 모두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는다.
추석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한다. 이때는 이미 가을 추수가 시작되고 햅쌀과 햇과일들을 비롯 오곡백과가 나와 사람들의 마음에 풍요로움과 흐뭇한 한 때를 즐기기에 매우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높고 맑은 하늘, 저녁이 되면 동산에 둥글게 떠오르는 팔월 보름달 어느 모로 생각해도 농촌에서 가장 좋은 시절이자 최고의 명절이 추석이다.
그리하여 저녁이 되면 먼 곳에서 돌아온 자녀들이나 찾아온 친척과 이웃끼리 한 곳에 모여 앉아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오뉴월(五六月)염천 아래서 땀 흘려 일한 보람을 이때 만끽하는 것이다. 오월농부, 팔월 신선이란 말을 실감나게 하는 것은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때로는 농악을 준비하여 각 가정을 돌면서 풍장을 울리고 장만해 놓은 음식과 술을 나눠 먹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 풍요와 정을 나누는 달 음력 8월은 고향 찾는 기쁨, 민족 대이동의 달이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그리운 고향 부모 형제와 친척들이 정을 나눌 수 있는 최대 명절이 있는 달이다. 조상의 유덕(遺德)을 기리고 벌초와 성묘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이어가는 달이기도 하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7-09-25 17:3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