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일의 물레방아 갤러리를 만들려면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지금 남원시는 예촌에 물레방아 갤러리를 만들어 놓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물레방아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에 설치되었는가? 물레는 있으나 방아는 없다. 설치하려면 방아도 만들어야 한다. 악세사리 물레는 어항통에도 많다.
전시관에 어떤 작품을 전시하며 갤러리와 어울리는 정원 가꾸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광한루원이 지상의 월궁이라면 천상의 월궁을 재현하여야 한다. 하늘나라 선녀와 관광이 노니는 공간 포석정을 만들어 놓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보자. 술잔이 돌고 도는 포석정 물길은 하늘에 은하수 같고 술잔에 가득한 정은 너와 나 모두에게 즐거움과 낭만을 갖게 할 것이다.
물레방아는 우리 조상의 생활문화를 이끌어 지켜온 공간이다. 생활문화는 가정생활과 더불어 다양한 생활 속에 있는 문화이다. 박물관에 전시되는 역사적인 문화가 아니다. 풍차하면 네덜란드가 연상되고 투우하면 스페인이 킬트(남자스커트)하면 스코틀랜드가 알프스하면 스위스가, 용하면 중국이 연상되듯이 한국을 연상시키는 풍물을 들라면 장승과 해태와 물레방아를 들 수 있다.
이런 물레방아와 장승이 각처에 설치되어 한국 정원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골이 많아 물의 낙차를 이용한 동력수단이 일찍 발달하였다. 따라서 물레방아가 한국의 경관이나 한국인의 정서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전국 도처에 널려있는 방아타령에서 비중을 찾아보아도 알 것 같다. “산골짜기 졸졸 물에 물레방아를 놓았구나 방아 찧는 저 처자는 달만 보고 졸고 있네. 이것은 노래가 아니라 너무나도 한국적인 한 폭의 그림이다.
“영천 방아타령”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돌다 지친 물레살 틈틈 멀리 표모(漂母)의 허벅살이 눈부시네.” 유속이 약해 멎었다가 돌곤하는 물레방아의 물레살 틈틈으로 멀리 빨래하는 여인의 걷어붙인 뽀얀 허벅다리를 숨어 본다는 색감적인 풍차는 물레방아가 아니면 연출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물레방아에 관련된 한국인의 잠재정서는 대단하다. “경기도 여주. 이천 물레방아가 제일인데 오곡 백곡 다 찧으면서 내 배꼽은 못 찧는다. 억센 물에 물레방아 잘도 도는데 내 낭군은 이장 저장 장터만 돌고 있네.”
인간의 본능을 강하게 억압당하고 살아온 우리 옛 부녀자들의 정서적 반동(反動)매체로서 물레방아가 큰 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노래 속에서 뿐만 아니라 물레방앗간은 반도덕적이고 반체제적인 인간 해방의 현장이기도 했다. 우리 역사 소설이나 영화에서 정사가 이루어지는 가장 빈도 높은 러브 호텔이 비 내리는 물레방앗간이다. 또 시집에서 소박맞고 친정에서도 출가외인이라 하여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찾아들게 돼 있는 곳이 물레방앗간이었다. 옛날에는 보복이 두려워 도망친 죄인이 소도(蘇塗)나 물레방앗간에 숨으면 보호받던 시절도 있었다. 아질(asyl)이라 하여 유럽에 근세가지 있었던 치외법권적인 죄인보호 신역(神域)이 한국에서는 물레방앗간이었다. 이렇게 보면 물레방아는 체제유지를 위해 구속받았던 모든 제재로부터 숨통을 트게 하는 인간 구제의 위대한 장(場)이었던 것이다. 단순이 풍물만으로 보아 넘길 수 없는 물레방아 철학이 있는 것이다.
남원 물레방아 갤러리는 광한루원에 오신 관광객을 한나절 끌어안을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관광시설로 만들기 위해 경주 포석정을 리모델링한 정원과 천상월궁 방아 찧는 토끼상과 선녀의 조형물도 만들어 세워 멋있는 놀이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물레에 방아를 걸어서 덩덕쿵 방아 찧는 모습이 재연되어야 하고 물레방아는 광한루원 호수에 들어오는 물길 위에 옮겨 자연스럽게 돌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많은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한국 제일의 물레방아 갤러리가 될 것이다.
청컨대 제발 시 당국자는 시민의 의견도 경청하여 주기 바란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7-09-18 15:02: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