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은 천기를 알고 산 짐승은 위계질서와 약을 안다
전북 남원시 위생약국 약사 노상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천기를 모르지만 미물인 쥐나 개미도 천기를 알고 산 속에 사는 꿩이나 멧돼지는 응급치료법과 약을 알고 있다. 산 짐승이 골절상을 입게 되면 어떻게 치료를 하고 어떤 약을 구하여 쓸까? 동물들은 인간에 비해 자연조율 능력이 뛰어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에 반응하고 해로운 것은 멀리 한다. 또한 약도 되고 음식이 되는 식물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 몸이 불편하면 약이 되는 특정 식물을 씹어 먹고 몸에 바르기도 하여 치료한다고 한다. 그 예로 꿩이나 멧돼지가 상처를 입으면 상처에 송진을 따라 부칠 줄 알고 멧돼지는 칡을 캐 먹고 씹어 바르기도 한다.
본인도 젊은 시절 헌팅(hunting)을 많이 하였는데 어느 날 사냥을 나가 꿩을 한 마리를 잡고 놀란 일이 있었다. 부러진 다리를 송진으로 감아 마치 깁스한 다리 모양이었다. 또한 덫에 걸려 죽은 멧돼지가 다리에 칡넝쿨을 씹어 붙이고 있었음을 보았다.
한국 민담에 허준선생이 젊었을 때 중국을 가다가 산 속에서 상처 난 호랑이 새끼를 호랑이가 따다 놓은 송진으로 고약을 만들어 치료하여 주어 호식을 면하고 어미 호랑이 등을 타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농사를 지을 때 논 방천의 들쥐나 개미가 줄을 지어 질서 있게 큰 방천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며칠 후에는 큰 비가 와서 적은 논 방천은 무너진 것을 본 적이 있다.
2004년 지진 해일로 많은 인명을 앗아간 남아시아 수마트라 해저에 발생한 지진은 수 백 마일에 걸쳐 해일을 일으켜 이십 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대재앙이었다. 그 때 외신보도에 의하면 해일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들쥐와 개미떼가 줄을 지어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는 주민들의 증언과 함께 기사화 되어 있어 만물에 영장 인간은 천기를 몰랐는데 미물인 쥐나 개미가 천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기러기는 오래 살고 부창부수(夫唱婦隨)위계(位階)질서와 일부일처로 살아간다고 하여 전통혼례대례상에 한 쌍의 기러기를 놓고 신랑신부가 맹세하는 것을 보며 까마귀는 늙어서 먹이를 못 구하면 새끼가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하여 효조(孝鳥)라 하고 반포(反哺)라고 하여 효의 대명사로 불리며 개코원숭이는 적을 만났을 때 새끼는 어미를 따라 필사적으로 싸우다 죽는 용맹이 있다하여 의리와 용맹이 있는 짐승으로 알려져 있다. 짐승도 이럴진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인류가 지구상에 자리 잡고 만물의 영장이 되어 지금과 같은 과학문명의 세계를 이룩해 왔지만 인간이 알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산적하여 있다. 지금까지 인류역사를 보면 인간은 위대하고 굉장히 강인한 것 같지만 한 사람의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고 무상(無常)한 것 같다. 사람의 육체는 자연속의 미세하고도 보잘 것 없는 병균들에 의해 좀 먹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사람에 있어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고 오래 살아야 90-100세라고 하는데 긴 역사 앞에 한 점에 불과한 자기 인생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마칠지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를 대단한 존재로 알고 영원히 살 것처럼 교만한 태도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시고 모든 생물을 지배할 수 있게 하셨다. 인류의 잘못된 원죄로 말미암아 인간이 고해에서 헤매고 생에 마지막 죽음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하나님이 만든 시나리오라고 한다. 인간은 자유의지(自由意志)자로써 행복을 추구하고 오래오래 살아가기 위하여 예지와 지성을 다하여야 한다. 미물이라고 한 짐승은 문화는 없어도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을 깊이 관찰하여야 한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7-07-27 21:4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