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 버리다니..
국사편찬위사료조사위원 이병채
남원은 정감록비결에 의한 천하명당 십승지(十勝地)중 한 곳으로 그동안 명성을 떨쳐왔다. 십승지라 함은 조선후기부터 사람살기 좋은 곳 중 한곳으로 지칭한 말이다. 담론으로 십승지에 대한 관념은 조선중기후에 민간계층에 깊숙이 파고들어 거주지의 선택 및 인구이동 그리고 공간인식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조선후기의 정치사회적 혼란과 민간인들의 경제적 피폐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생겨났다. 동 십승지의 입지조건은 자족적인 경제 생활조건이 충족되는 곳이 바로 “정감록”감결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고장 10곳이라 했다.
첫째 풍기차암 금계촌으로 소백산 두 물골 사이에 있다. 둘째 화산소령 고기로 청양현에 있는데 봉화 동쪽마을로 넘어 들어갔다. 셋째 보은 속리산 증항 근처로 난리를 만나 몸을 숨기면 만에 하나라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넷째 남원 운봉 행촌이다. 다섯째 예천 금당골로 이 땅에는 난의 피해가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 임금의 수레가 닥치면 그렇지 않다. 여섯째 공주 계룡산으로 유구마곡의 두 물골의 둘레가 2백리나 되므로 난을 피할 수 있다. 일곱째 영월 정동쪽 상류로 난을 피해 종적을 감출만하다. 여덟째 무주 무봉산 동쪽 동방상동으로 피난 못할 곳이 없다. 아홉째 부안 호암 아래가 가장 기이하다. 열째 합천 가야산 만수봉으로 그 둘레가 2백리나 되어 영원히 몸을 숨길 수 있고 정선현 상원산 계룡봉 역시 난을 피할 만하다는 기록도 있다.
「정감록」의 문헌에 따라 위치와 장소가 조금씩 달리 나타나기도 하여 추가되기도 하였다. 「남견암 산수십승 보길지지」에는 감결에서 말한 열 곳 외에도 여러 장소가 더해지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풍수는 십승지 입지경관의 규정 및 공간적인 이데올로기로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시설은 십승지가 대체로 풍수가 좋은 배산임수의 자연 입지 조건을 지니고 있는데서 짐작할 수 있다.
조선후기에 십승지 관념은 청학동 이상향 관념과도 결합하였다.
「정감록」에서 십승지로 지정된 위치에서 지리산 청학동은 원래 포함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선후기와 근대에 이르러서 청학동과 십승지의 장소이미지가 상호 결합하여 「십승지 청학동」이라는 장소성을 이루게 되었다. 세상에서 이르기를 지리산 중에는 청학동이 있는데 이를 십승지의 하나라고도 했다.
그러나 1975. 9. 1 삼성출판사가 발행한 새 우리말 사전에 수록된 십승지는 첫째 공주의 유구와 마곡 둘째 무주의 무풍동 셋째 보은 속리산 넷째 부안변산 다섯째 성주 만수동 여섯째 안동 춘양면 일곱째 예천 금당동 여덟째 영월 정동 상류 아홉째 운봉 두류산 열 번째가 풍기 금계촌 이라고 확실하게 정립돼 있음에도 동지역 외의 지역 경남 합천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 등 외의 지역이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등장 얼굴간판을 들고 나와 천하명당 십승지가 지역홍보 열을 올리고 있는데 남원시는 굴러 들어오는 호박뿐만 아니라 꿩도 매도 다 놓쳐버린 격이 돼버렸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방화시대 아니 지방자치시대는 각종 공모사업에 목숨을 걸고 치열한 경쟁이 아니라 죽고 살기를 각오하고 나서야하는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 함에도 해당 읍 면 지역 간 친목 겸 교류를 목적으로 회의 참석까지 하면서도 동 사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이를 바로 잡지 못한 채 놀부판 십승지 간판을 즐비하게 제작 설치하였음에도 남원은 “참미”라는 관광 상품이 있다는 핑계로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제 밥도 못 찾아 먹는 꼴이 돼 버렸으니 한심한 지역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7-03-07 00:3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