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
전)남원문화원장 이병채
봄기운이 가까이서 속삭이는 밤 허공엔 휘영청 밝고 훤한 달빛이 삶의 시름을 녹인다. 시냇물 소리 졸졸 산새들도 지저귀며 봄을 노래한다. 내일 아침 해가 뜨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밝아지리라.
한평생 내가 말한 모든 법이 모두가 쓸데없는 군더더기 「누가 오늘 일을 물어온다면 달은 저 일천강에 잠긴다고 하리」라는 좋은 말이 있다. 이는 효봉원명(曉峰元明)스님의 깨달음의 화두이다. 효봉 스님께서는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조선인 최고의 법관이었다. 그는 일제치하의 법관으로서 큰 사건을 맡아 한 인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감히 인간이 인간에게 죽음을 내릴 수 있는가에 깊은 회의에 빠져 1923년 금강산 신계사 보운암에서 출가했다. 그는 입고 있던 법복을 팔아 3년간 엿장수를 하며 구도의 고행 길을 걷기도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당시 무시무시한 경무대를 방문했던 스님은 대통령께서 생일을 묻자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데 어찌 소생의 생일이 있겠습니까?”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마음을 비우면 본성이 나타나고 뜻이 깨끗하면 마음도 밝아진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다운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얄팍한 재능이나 이해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효봉 스님의 열반송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 또한 매우 크다. 인간이 세상을 살면서 불쑥 던지는 말들이 어찌 보면 쓸데없는 군더더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주워 담지도 못할 말들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 국회 청문과 특검(변호인 포함)헌법재판 그리고 방송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말들이 너무나도 많다보니 나라꼴이 말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판만 벌이고 말들이 너무나 많아 너무 안타깝고 한심한 지경이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린다면 국민의 절대 다수를 위한 경제체제 내지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려면 정치의 민주화가 절대다수를 위한 정치를 가르키는 개념이기에 당연히 경제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 내에서 독점화경향은 지양되어야 하고 만인이 다 같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놀라운 것은 불균형 경제정책 다시 말해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정치와 경제의 야합은 삼성그룹 이씨 가문의 지배구조를 지원하기 위해 증발한 국민연금 3,000억 원도 물론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는 거대기업과 독재정치의 야합은 21세기에도 시퍼렇게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탄핵 불복을 넘어 헌재 테러설까지 정국 분위기가 고조되는 듯 정국의 탄핵열차가 이러다가 탈선 충돌전복 등 더 이상의 대형사고로 번질까봐 걱정이다.
오늘의 이런 혼란스런 일들을 효봉 스님께 누가 찾아가 묻는다면 “허공에 걸린 달은 저 일천강에 잠긴다고 하리.” 라는 하나의 선적(禪的)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듯이 이는 효봉 스님이 우리 인간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큰 화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님께서 수행정진을 위해 한 번 자리에 앉으시면 절구통처럼 꿈적도 하지 않아 절구통수좌라는 별명까지 붙여진 유명한 스님으로 1966년 10월 16일 세수 88세 때 입적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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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4 15:0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