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구조
마다리와 인도 영화 마다리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우리말에 마다리란 옛 말이 있다. 권력형 비리구조(權力型 非理構造)를 이르는 말이다. 한말 민비를 업은 민씨 세도가 한창이던 무렵, 수입 좋은 평양감사는 민씨가 아니고는 감히 넘겨다 볼 수 없었다. 평양감사가 부임을 하면서 관내의 부호명단을 은밀하게 인계받는다.
천석이 넘는 부호는 직접 찾아가고, 천석이 안 되면 불러다가 문안을 하면 반례(反禮:사례의 뜻을 표하는 예)로서 희사(喜捨:남을 위하여 기꺼이 재물을 내어놓음)하게 돼 있다. 평양감사는 희사의 대가로서 응분의 벼슬을 내리겠다고 약속을 한다. 물론 실직은 아니고 허직(虛職)으로 명예만 내리는 것인데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 그 허직에는 품수(品數)에 따라 방대한 단가가 매겨져 있었다. 자신이 소유한 재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비싼 값의 벼슬을 약속받고 부호들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벼슬을 마다하는 고사(固辭:굳이 사양함)반례를 하는데 고사를 가납하여 주었다하여 벼슬 값의 절반을 감사의 집사에게 보낸다. 이 교묘한 수탈을 「마다리」라고 했다. 마다리를 놓고 볼 때 겉으로는 전혀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예의와 도리를 지킨 합법이다. 감사측에서는 부임인사를 했고, 반례를 받을 때 다시 그 반례로 허직을 내린다고 아량을 베풀었을 뿐, 벼슬 값을 바친다든가 하는 불법은 전혀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마다리」를 바친 피해자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만약 김씨 세도가나 민씨 세도가가 백성을 수탈한 명백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할 때 전혀 수탈한 일이 없다고 우겨대도 그 말을 뒤집을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라는 것은 고금을 통해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表裏)구조로 저질러지게 마련인 것 같다. 어느 시대나 권세와 후광의 함수 관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국정 농단 사건과 청문회 상황이 그렇다. 예나 오늘이나 권력형 비리 권력자의 주변에는 아부, 배가 뒤끓어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세상살이가 「이솝」이야기와 닮은 것 같다.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그 시대에도 오늘의 세태와 같았을까? 이솝이 남긴 우화는 힘들고 소외된 다소 외설스럽지만 사람들에게 유머와 풍자로 위로해주고 복잡한 현실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교훈을 주며 세상을 살아가는 촌철살인(寸鐵殺人: 짤막한 경귀로 사람의 마음을 찔러 감동시키는 말을 가리키는 말)의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들이 우화를 즐기고 열심히 수집했으며 아리스토파네스와 같은 유명한 극작가는 종종 작품 속에 이솝우화를 인용하였다 한다. 지난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니쉬칸트 카마트 감독의영화 「마다리」라는 인도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조선시대 권력형 비리구조 마다리와 일맥상통한 내용임을 보고 적이 놀랐다. 정치권의 부정과 타락으로 인해 간접적 살인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도어 “마다리”는 영어 puppeteer. juggler로 우리말로는 인형극, 꼭두각시, 조종하는 사람, 요술쟁이, 사기꾼으로 해석된다. 내용은 부실공사를 한 다리붕괴로 말미암아 아들을 잃은 것... 그 다리의 붕괴란 정치권과 기업 간의 부패로 인해 부실공사를 하게 되고 그 부실공사로 인해 다리가 무너져 아들을 잃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공감이 많이 갈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특히 진짜 핵심 원인자들은 법망을 잘 빠져나가 형을 살지 않는다. 혹여나 형을 산다고 할지라도 짧은 형을 산다.
이 주인공 남자가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세상 앞에 말할 수 있는 것”그거 하나를 원했다. 당장에 고쳐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다음 세대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말이다. 정치권과 기업의 부패가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네이버 블로그에서)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 된다.”는 ‘투기디데스’의 명언이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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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2 15:0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