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지(十勝之地)와 살기좋은 남원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남원은 예나 오늘이나 사람살기에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옛날 조선시대 십승지지에 남원이 올라있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전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곳으로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제 7차 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 연맹(AFEC)국제 컨퍼런스(2016.08.31.-9.1) 강원도 원주시에서 세계보건기구 건강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비록 경제 여건은 좋지 않으나 사람살기에 좋은 곳임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도시는 시민의 건강과 안녕을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최상에 두고 사회구성원들이 상호 협력하여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는 도시를 말한다. 십승기는 조선 중기 때의 학자 남사고(南師古)가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 군데의 땅에 관한 기록이다. 남사고(1509-1571년)는 조선 명종 때 종 6품 벼슬인 천문교수를 지냈던 사람으로 천문 외에도 역학, 풍수, 관상 등에 통달했던 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남사고 만큼 예언가로서 이름난 사람은 드물다. 남사고는 1575년 조정이 당쟁으로 동인과 서인으로 나누어지게 되는 것,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을 비롯해 여러 예언들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예언들이 모두 현실화됨으로서 유명하게 되었다. 그가 전국을 돌아보고 천재지변이나 전쟁을 피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을 적어놓았다는 책이「십승기」이다. 그가 말한 십승지지(十勝之地) 10곳을 살펴보면
1.공주의 유구와 마곡 2. 무주의 무풍 3. 보은의 속리산 4. 부안의 변산
5. 성주의 만수동 6. 안동의 내성 7. 예천의 금당곡 8. 영월의 정동상류
9. 남원운봉의 두류산 10. 풍기의 금계촌이다.
십승지지는 모두 백두대간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는 특히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많은 산자락 가운데서도 특히 소백산을 가장 중시하였다.
「택리지」에서는 남사고가 소백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십승지지는 대체로 백두대간 중에서도 태백산 이남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남사고가 말하는 십승지지들은 해안이나 큰 길에서 떨어져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진 곳들이 전쟁이나 전염병으로 안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산자수명한 남원은 예나 오늘이나 살기 좋은 청정의 고장이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에 남원이 선정된 적이 있었다. 청정 도시로, 관광 문화의 도시로 사랑의 도시로서 물 맑고 공기 좋은 한국제일이라 하였는데 지역경제는 점차 어려워져가니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건강도시 인증을 받고 환경공해없는 고장이요 아직도 전국 귀농자가 가장 선호하는 곳이 지리산 산하 운봉과 산내라고 하니 사람이 살만한 곳이 역시 남원이 아닌가 생각하여 본다. 지금부터 수년 전 지방선거 때 운봉읍에 연수관광지가 지정된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시민들은 큰 기대를 하였고 전라북도와 남원시는 남원을 연수레저 복합도시로 조성하고자 노력하여 연수관광지 조성을 위한 용역비 30억을 지원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이 바뀌면서 관광발전계획도 바뀌고 전에 계획된 사업은 묻혀버리고 감사에서 지적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잘못 집행된 사업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살고 발전된다. 관광발전계획은 조령모개(朝令暮改)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산행에서 방향 감각을 잃은 산악인의 꼴이 되어서는 어찌 되겠는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중종25)남원도호부편을 보면 남원도호부는 행정구역이 담양, 순창, 임실, 무주, 곡성, 진안, 옥과, 운봉, 창평, 장수까지 이르렀고 풍속조를 보면 땅은 넓고 물산(物産)이 많으며 사람들은 사납다. 이규보(李奎報)의 기(記)에 보면 땅은 넓고 사람들은 모질고 날래서 거스리고 불의에 벌떼처럼 일어난다고 하였다. 향음(鄕飮)과 사례(射禮)를 행하고 이 고장 사람들은 봄이 오면 용담이나 율림에 모여 향음과 사례를 행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남원 사람들은 옛 선조님들의 기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지역은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시민들은 공허한 가슴만 안고 살아간다. 왜 이렇게 되어가는 것일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살기 좋은 남원 풍성한 남원을 가꾸기 위해 먼저 공직자와 선량들은 뛰고 뛰어야 한다. 시민도 시정에 방관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잘못된 행정이 있다면 두고 보는 우둔한 시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6-09-06 20:5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