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장발장, 경미범죄심사위원회로 막는다.
남원경찰서 중앙지구대 순경 신희선
지난 6월 3일 용인의 한 마트에서 돼지고기 한 근을 훔친 여성이 주인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된 사건이 있었다. 올해, 73세의 나이의 여성, 홀로 사는 기초 생활지급자였던 할머니는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다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빚에 짖눌려 살던 60대 건물 청소부 할머니는 가게 앞에 놓여 있는 빈 소주병을 훔치다 발각되어 즉결심판에 회부된 적도 있다. 훔친 소주병의 가격은 고작 3천원이었다. 굶주림에 지친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쳐 19년 감옥 생활을 한 장발장처럼 이들에게 엄격한 법을 적용하여 전과자로 만드는 현대판 장발장이 과연 옳은 일인가? 법에도 눈물이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과연 이법이 그들에게도 평등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우리사회에 억울한 장발장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경미범죄 심사위원회가 있다. 경찰은 엄격한 법의 적용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란 한순간의 실수로 경미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반성을 기회를 제공해 올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대상사건으로는 경미한 절도, 폭행, 점유이탈물횡령, 사기 ,기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는 즉결심판청구 대상 형사범이다. 이외에 경찰서장이 청구한 즉결심판 사건이 대상이다. 심사대상자는 범죄경력기록이 없는 자, 최근 1년 이내 즉결심판청구사건 기록이 없는 자, 피해자가 형사처벌 또는 즉결심판 청구를 원하지 않는 자이다. 예외적으로 심사 가능한 대상자는 최근 5년이 내 범죄경력기록이 없는 만 70세 이상인자,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사회적 경제적으로 보호를 요하는 자이다. 경찰은 국민 신뢰를 제고하여 공감 받는 법집행을 추진하기 위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2015년부터 시행하였고, 지난해 전북에서도 시행하였다. 합리적인 근거마련을 위해 외부 인사를 위원회로 위촉하였으며 2016년부터 더욱 확대 시행할 예정이었고 현재 많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즉결심판절차처리가 국민에게 유리한 점은 무엇일까? 우선 경미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전과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 일반 형사재판으로 인한 벌금형은 전과가 남지만 즉결심판을 거친 벌금형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도 전혀 불이익이 없다. 또한 일반 형사소송 절차보다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낮은 현대판 장발장과 같은 경미한 범죄를 구제하여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지양하고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이다. 물론 법을 어길시 , 엄한 법집행은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피해정도가 극히 경미하고 정상을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이 제도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경찰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보호자로써, 한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잘못이거나, 현대판 장발장에게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켜주고 , 경미범죄로 전과자가 되어 낙인이 찍히는 일이 없도록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억울한 경미형사범들에게 반성의 기회와 함께 하루 빨리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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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2 12:3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