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저런 개망나니 같은 것들을 찍었을까.”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본 남원에 사는 한 70대 노인의 푸념이다. 당원들이 회의도중 단상에 난입해 당의 대표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심지어 여성 대표에게까지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본 뒤 나온 탄식이었다. 검찰의 법집행을 물리력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막아서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남원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이 노인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원, 순창 지역구인 강동원 당선자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구당권파가 아니라는 점은 큰 위안거리가 되지 않는다.
우려대로 통합진보당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약속하고 당선된 강 당선자의 공약도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다. 다음 달 전당대회까지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출당을 둘러싸고 내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헤게모니를 구당권파가 잡든, 신당권파가 잡든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 우세하다. 구당권파가 잡으면 두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복당을 둘러싼 혈투가 기다리고 있고, 신당권파가 승리하더라도 적지 않은 구당권파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의 몽니를 버텨야 한다. 구당권파는 실세 이석기와 유망주 김재연을 포기하지 않고 당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세력은 애국가 제창여부, 종북주의 등을 둘러싼 노선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가 법을 어기며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데 책임 있는 수사기관이 팔짱끼고 있다면 직무유기다. 당원 명부가 넘어간 것은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불행한 일이지만 남원시민이나 국민들의 관심 대상은 아니다. 정치검찰 운운하며 볼멘소리 하려면 진보진영 내부에서나 해야지 탄압이라고 대검찰청에 찾아가 항의하는 것은 특권의식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법원의 영장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다. 법원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검찰이 밀고 들어오게 한 책임을 진보 진영의 자정능력 부재에서 찾는 자세가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하다. 십수년동안 곪은 문제가 터진 것뿐이라는 증언은 보수가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신당권파와 구당권파, NL(자주파)과 PD(평등파)의 대결 그리고 검찰수사로 통합진보당은 점점 강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그리고 강 당선자는 중심에 있을 것이다. 강 당선자는 우선 유시민, 심상정 전 대표를 도와 당에서 폭력적이며 비민주적인 종북주의자들을 찍어내고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여론이 신당권파에게 있고 구당권파가 고립된 지금 되도록 강하고 빠르게 당내 분란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언제까지나 당내 정치에 휩쓸려 전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남원의 지역경제를 돌보는 데 4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이 태 술
그룹 05 > 사설·칼럼 0 페이지
12-05-27 00:47:39
